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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백신 포비아' 부추기는 언론, 사망자 중계식 보도 심각 / 조수진(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YTN 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 YTN]

 

□ 방송일시 : 2020년 10월 31일 (토)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조수진 국민대 언론정부학부 겸임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 '백신 포비아' 부추기는 언론, 사망자 중계식 보도 심각

◇ 김양원 PD (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조수진 겸임교수 나오셨어요. 안녕하세요.

 

◆ 조수진 교수(이하 조수진)> 안녕하세요?

 

◇김양원> 최근 독감 백신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면서 무료접종임에도 일단 백신접종을 미루겠다.. 이런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요?

 

◆조수진> 네, 지난 9월21일 독감백신의 유통과정에서 일부가 상온에 노출돼 변형이 일어난 사실이 확인되면서 무료 예방 접종이 일시 중단됐다가 9월 25일부터 만12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그리고 10월 13일부터 만 13-18세 청소년, 19일부터는 만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다시 무료 예방 접종이 실시됐죠. 그런데 14일 독감 백신을 맞은 만17세 청소년이 이틀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10월 19일 질병관리청은 정례브리핑에서 사망한 학생이 접종한 백신은 회수대상 백신이 아니고,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상황이며, 사망원인 규명 필요한 상황으로 밝혔는데요. 연합뉴스는 이날 ‘[속보] “독감백신 접종 뒤 10대 사망 사례 보고…사망 원인 조사중”’이란 제목의 한 줄짜리 기사를 냅니다.
이후 비슷한 제목의 기사가 올라오면서 독감 백신접종을 둘러싼 불안감 보도는 이어지는데요. 다음날인 지난 20일 전북에서 만77세 노인이 독감백신 접종 후 하루만에 숨지는 일이 발생했고, 사망 관련 신고가 계속 접수되자 많은 언론이 앞다퉈 이를 보도하기 시작합니다.

 

◇김양원> ‘백신 포비아’라고 해야할까요, 지난 한주 자고 일어나면 사망자 수가 점점 늘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병관리청은 백신 접종과 사망과는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줄곧 유지했어요?

 

 ◆조수진> 그렇습니다. 질병청은 “예방접종이 원인이 되어 사망한 사례로 오인하지 않도록 해석에 신중”해달라고 언론에 요청하기도 했구요, 대한백신학회도 10월22일 입장문을 내고 정확한 사인이 확인되기 전에는 사망 원인에 대한 추측성 언급이나 발표를 자제하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안에 대해서만 학술적 관점에서 공유”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김양원> 그럼에도 언론에선 연일 독감 백신과 관련한 우려섞인 기사들이 쏟아졌죠?

 

◆조수진> 네, 살펴보면, ‘백신 맞고 또 사망’(tv조선), ‘백신 접종 뒤 사망 미스터리’, ‘독감 백신 맞은 10대 돌연사’(채널A), 그리고 백신을 맞은 이후에 사망자에 대한 접수가 들어올 때마다 ‘속보’ 경쟁을 벌이면서, 기사 제목은 더 공포감을 심어줍니다. ‘독감백신 공포 확산…시민들 불안하지만 맞을 수밖에’(문화일보), ‘죽으면 누굴 원망하나…불안한 독감 백신 접종자들’ (한국경제), ‘독감 주사 후 잇단 돌연사…접종포기 맘카페 아우성’(국민일보) ‘독감 포비아→독감 예방접종 포비아…예방접종 앞둔 시민 ‘불안’(뉴시스), ‘.... 사실 이런 기사를 보면 불안하겠죠.
독감백신 유통과정의 문제가 시작된 9월21일부터 고교생의 죽음, 노인들의 잇따른 사망 소식이 전해진 10월29일까지 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통해 ‘독감 백신’을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2558건의 기사가 검색됩니다. 연관어로는 사망자, 사망사례, 사망원인, 불안감, 인과관계, 어르신 등이 눈에 띕니다. 질병 예방을 위해 맞아야 하는 독감백신과 관련한 연관어에 사망과 관련된 기사 제목이 가장 많이 검색됐습니다.

 

◇김양원> 독감 백신 접종과 관련해 가장 큰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던 건 아무래도 인천에서 사망한 고교생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수진> 네, 인천의 17세 고등학생의 사인은 결국 백신접종과 무관하고 독극물에 의한 사망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사망원인이 밝혀지기까지의 과정에서 정확하지 않은 내용, 심지어 음모론까지 온라인상에서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이에 따른 국민의 불안감은 커져나갔었는데요, 여기에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김양원>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부검결과가 나오기 전에 독감 백신 접종과 이 고교생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언론보도가 나왔던 건데요.
이와 관련한 보도 기준은 어떻습니까?

 

◆조수진> 감염병보도준칙 기본원칙을 보면, 2항 가. 발생원인이나 감염경로 등이 불확실한 신종 감염병의 보도는 현재 의학적으로 밝혀진 것과 밝혀지지 않은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전달해야 하며, 나. 현재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추측‧과장 보도를 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도 시청자의 불안감을 부추기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이렇게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지난 27일 ‘인플루엔자(독감) 관련 보도·방송 지침’을 냅니다. 지침에는 ‘국민의 불안을 불필요하게 키울 수 있는 자극적인 표현 등을 삼간다’ ‘인플루엔자 백신과 사망 원인 간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제목 등에 ‘독감 사망자 수’,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망자 수’처럼 지나친 축약형 문장을 사용해 혼란을 주지 않는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사망신고 통계만을 단순 중계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막연한 불안감을 키울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한다‘. 등의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김양원> 이번 이른바 독감백신 포비아 관련 보도들을 보면 이런 보도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셈인데요.

 

◆조수진> 네, 사망자 신고가 들어오면 중계하듯이 보도하는 태도,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종편 프로그램을 모니터한 보고서에 보면, 사망사례가 전부 백신접종과 관련있다고 확신하는 듯한 발언이 많았다는 점들을 지적합니다.
이번 백신관련 보도에 대해 지난 28일, 한국기자협회도 자성의 소리를 냈는데요.
백신 사망자 증가가 실제로 관련 사망자가 증가했기 때문인지 신고사례의 증가로 인한 착시현상인지, 기저질환의 유무나 사망자 연령대와의 관련성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었으나 매체 거의 대부분은 사망자 숫자 중계방송식 보도에 치중했다는 거였습니다. 기자협회는 방역당국과 전문가 다수가 백신 접종과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희박하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음에도 언론이 백신 공포를 부추긴 점은 유감이라며 백신보도에 보다 과학적이고 차분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양원> 언론계에서 자성의 소리가 나온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만, 그런데 이런 보도가 계속되니까 독감 백신 접종을 가급적 맞아야하는 분들이 불안감 때문에 접종을 보류하는 것 아닐까요?

 

◆조수진> 네, ’예상이론‘이라는 게 있는데요. 인간의 판단과 선택이 비합리적인 판단 영역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강조한 이론인데요,
이번처럼 독감 백신 접종과 사망이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언론수용자들의 판단과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언론의 보도 메시지가 중요합니다. 많은 연구들이 이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어떤 프레임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수용자에게 미치는 효과는 다르다는 의미 있는 결과들이 이미 많은 연구에서 도출되기도 했구요, <신종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 의도에 대한 영향요인들 및 백신 부작용 보도의 영향을 다룬 연구>(2010. 유석조 외)가 있는데요, 부정적 보도에 노출된 집단에서는 지각된 심각성이 백신 예방 접종 의도에 유의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보도를 통해 부정적인 내용을 많이 접해서 그런 내용을 인지하게 되면 예방 접종을 해야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번에 불안감을 조장하는 대부분의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독감예방 백신을 고민하는 분도 많았고, 보도량이 많아지면서 접종자 수가 줄기도 했지요.
또 다른 연구에서두요(한주희, 2003), 2009년 10월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받은 노인 8명이 사망하고 11월과 12월 초중학생 3명, 19개월 여아가 숨지면서 불안감 대두됐고, 정부가 백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백신 접종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이 실제 접종 행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양원> 관련한 연구결과들도 소개해주셨는데, 이렇기 때문에 국민 건강에 직결된 사안에 대한 언론의 신중한 보도가 중요하다는 말씀 같습니다?

 

◆조수진> 네, 이번 주 유네스코가 글로벌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주간으로 정하고 행사를 진행했는데요. 올해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렸습니다. 코로나로 모이지는 못하고 일부만 오프라인으로, 나머지는 전세계가 온라인으로 참여했는데요, 여기서 인포데믹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도 그런 이야기들이 나왔는데요, 질병과 관련된 정보는 정말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여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사회 혼란과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거죠, 언론이, 미디어가 중요한 역할, 책임있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김양원> 네, 특히 질병에 취약한 연령대 분들, 독감 접종 계속 미루고 계셨다면 어서 접종하시고요. 11월 초가 지나가면 독감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그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독감 백신 포비아를 조장한 미디어들에 대한 비평, 교수님 오늘 잘 들었습니다.

 

◆조수진>네, 감사합니다.

 

◇김양원> 지금까지 조수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였습니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제목 [미디어비평] &#39;백신 포비아&#39; 부추기는 언론, 사망자 중계식 보도 심각 / 조수진(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작성자 이민아
작성일 20.11.04 조회수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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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 YTN]

 

□ 방송일시 : 2020년 10월 31일 (토)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조수진 국민대 언론정부학부 겸임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 '백신 포비아' 부추기는 언론, 사망자 중계식 보도 심각

◇ 김양원 PD (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조수진 겸임교수 나오셨어요. 안녕하세요.

 

◆ 조수진 교수(이하 조수진)> 안녕하세요?

 

◇김양원> 최근 독감 백신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면서 무료접종임에도 일단 백신접종을 미루겠다.. 이런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요?

 

◆조수진> 네, 지난 9월21일 독감백신의 유통과정에서 일부가 상온에 노출돼 변형이 일어난 사실이 확인되면서 무료 예방 접종이 일시 중단됐다가 9월 25일부터 만12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그리고 10월 13일부터 만 13-18세 청소년, 19일부터는 만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다시 무료 예방 접종이 실시됐죠. 그런데 14일 독감 백신을 맞은 만17세 청소년이 이틀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10월 19일 질병관리청은 정례브리핑에서 사망한 학생이 접종한 백신은 회수대상 백신이 아니고,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상황이며, 사망원인 규명 필요한 상황으로 밝혔는데요. 연합뉴스는 이날 ‘[속보] “독감백신 접종 뒤 10대 사망 사례 보고…사망 원인 조사중”’이란 제목의 한 줄짜리 기사를 냅니다.
이후 비슷한 제목의 기사가 올라오면서 독감 백신접종을 둘러싼 불안감 보도는 이어지는데요. 다음날인 지난 20일 전북에서 만77세 노인이 독감백신 접종 후 하루만에 숨지는 일이 발생했고, 사망 관련 신고가 계속 접수되자 많은 언론이 앞다퉈 이를 보도하기 시작합니다.

 

◇김양원> ‘백신 포비아’라고 해야할까요, 지난 한주 자고 일어나면 사망자 수가 점점 늘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병관리청은 백신 접종과 사망과는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줄곧 유지했어요?

 

 ◆조수진> 그렇습니다. 질병청은 “예방접종이 원인이 되어 사망한 사례로 오인하지 않도록 해석에 신중”해달라고 언론에 요청하기도 했구요, 대한백신학회도 10월22일 입장문을 내고 정확한 사인이 확인되기 전에는 사망 원인에 대한 추측성 언급이나 발표를 자제하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안에 대해서만 학술적 관점에서 공유”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김양원> 그럼에도 언론에선 연일 독감 백신과 관련한 우려섞인 기사들이 쏟아졌죠?

 

◆조수진> 네, 살펴보면, ‘백신 맞고 또 사망’(tv조선), ‘백신 접종 뒤 사망 미스터리’, ‘독감 백신 맞은 10대 돌연사’(채널A), 그리고 백신을 맞은 이후에 사망자에 대한 접수가 들어올 때마다 ‘속보’ 경쟁을 벌이면서, 기사 제목은 더 공포감을 심어줍니다. ‘독감백신 공포 확산…시민들 불안하지만 맞을 수밖에’(문화일보), ‘죽으면 누굴 원망하나…불안한 독감 백신 접종자들’ (한국경제), ‘독감 주사 후 잇단 돌연사…접종포기 맘카페 아우성’(국민일보) ‘독감 포비아→독감 예방접종 포비아…예방접종 앞둔 시민 ‘불안’(뉴시스), ‘.... 사실 이런 기사를 보면 불안하겠죠.
독감백신 유통과정의 문제가 시작된 9월21일부터 고교생의 죽음, 노인들의 잇따른 사망 소식이 전해진 10월29일까지 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통해 ‘독감 백신’을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2558건의 기사가 검색됩니다. 연관어로는 사망자, 사망사례, 사망원인, 불안감, 인과관계, 어르신 등이 눈에 띕니다. 질병 예방을 위해 맞아야 하는 독감백신과 관련한 연관어에 사망과 관련된 기사 제목이 가장 많이 검색됐습니다.

 

◇김양원> 독감 백신 접종과 관련해 가장 큰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던 건 아무래도 인천에서 사망한 고교생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수진> 네, 인천의 17세 고등학생의 사인은 결국 백신접종과 무관하고 독극물에 의한 사망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사망원인이 밝혀지기까지의 과정에서 정확하지 않은 내용, 심지어 음모론까지 온라인상에서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이에 따른 국민의 불안감은 커져나갔었는데요, 여기에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김양원>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부검결과가 나오기 전에 독감 백신 접종과 이 고교생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언론보도가 나왔던 건데요.
이와 관련한 보도 기준은 어떻습니까?

 

◆조수진> 감염병보도준칙 기본원칙을 보면, 2항 가. 발생원인이나 감염경로 등이 불확실한 신종 감염병의 보도는 현재 의학적으로 밝혀진 것과 밝혀지지 않은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전달해야 하며, 나. 현재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추측‧과장 보도를 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도 시청자의 불안감을 부추기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이렇게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지난 27일 ‘인플루엔자(독감) 관련 보도·방송 지침’을 냅니다. 지침에는 ‘국민의 불안을 불필요하게 키울 수 있는 자극적인 표현 등을 삼간다’ ‘인플루엔자 백신과 사망 원인 간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제목 등에 ‘독감 사망자 수’,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망자 수’처럼 지나친 축약형 문장을 사용해 혼란을 주지 않는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사망신고 통계만을 단순 중계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막연한 불안감을 키울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한다‘. 등의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김양원> 이번 이른바 독감백신 포비아 관련 보도들을 보면 이런 보도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셈인데요.

 

◆조수진> 네, 사망자 신고가 들어오면 중계하듯이 보도하는 태도,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종편 프로그램을 모니터한 보고서에 보면, 사망사례가 전부 백신접종과 관련있다고 확신하는 듯한 발언이 많았다는 점들을 지적합니다.
이번 백신관련 보도에 대해 지난 28일, 한국기자협회도 자성의 소리를 냈는데요.
백신 사망자 증가가 실제로 관련 사망자가 증가했기 때문인지 신고사례의 증가로 인한 착시현상인지, 기저질환의 유무나 사망자 연령대와의 관련성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었으나 매체 거의 대부분은 사망자 숫자 중계방송식 보도에 치중했다는 거였습니다. 기자협회는 방역당국과 전문가 다수가 백신 접종과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희박하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음에도 언론이 백신 공포를 부추긴 점은 유감이라며 백신보도에 보다 과학적이고 차분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양원> 언론계에서 자성의 소리가 나온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만, 그런데 이런 보도가 계속되니까 독감 백신 접종을 가급적 맞아야하는 분들이 불안감 때문에 접종을 보류하는 것 아닐까요?

 

◆조수진> 네, ’예상이론‘이라는 게 있는데요. 인간의 판단과 선택이 비합리적인 판단 영역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강조한 이론인데요,
이번처럼 독감 백신 접종과 사망이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언론수용자들의 판단과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언론의 보도 메시지가 중요합니다. 많은 연구들이 이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어떤 프레임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수용자에게 미치는 효과는 다르다는 의미 있는 결과들이 이미 많은 연구에서 도출되기도 했구요, <신종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 의도에 대한 영향요인들 및 백신 부작용 보도의 영향을 다룬 연구>(2010. 유석조 외)가 있는데요, 부정적 보도에 노출된 집단에서는 지각된 심각성이 백신 예방 접종 의도에 유의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보도를 통해 부정적인 내용을 많이 접해서 그런 내용을 인지하게 되면 예방 접종을 해야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번에 불안감을 조장하는 대부분의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독감예방 백신을 고민하는 분도 많았고, 보도량이 많아지면서 접종자 수가 줄기도 했지요.
또 다른 연구에서두요(한주희, 2003), 2009년 10월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받은 노인 8명이 사망하고 11월과 12월 초중학생 3명, 19개월 여아가 숨지면서 불안감 대두됐고, 정부가 백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백신 접종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이 실제 접종 행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양원> 관련한 연구결과들도 소개해주셨는데, 이렇기 때문에 국민 건강에 직결된 사안에 대한 언론의 신중한 보도가 중요하다는 말씀 같습니다?

 

◆조수진> 네, 이번 주 유네스코가 글로벌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주간으로 정하고 행사를 진행했는데요. 올해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렸습니다. 코로나로 모이지는 못하고 일부만 오프라인으로, 나머지는 전세계가 온라인으로 참여했는데요, 여기서 인포데믹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도 그런 이야기들이 나왔는데요, 질병과 관련된 정보는 정말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여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사회 혼란과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거죠, 언론이, 미디어가 중요한 역할, 책임있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김양원> 네, 특히 질병에 취약한 연령대 분들, 독감 접종 계속 미루고 계셨다면 어서 접종하시고요. 11월 초가 지나가면 독감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그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독감 백신 포비아를 조장한 미디어들에 대한 비평, 교수님 오늘 잘 들었습니다.

 

◆조수진>네, 감사합니다.

 

◇김양원> 지금까지 조수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였습니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