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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경상대학

언론속의 국민

“책만 읽나? 쉬기도 해야지” 열람실에서 놀이터로 / 장윤규(건축학부) 교수

디지털 시대, 도서관의 진화 

 


도서관은 시대마다 인류 문명의 등대 역할을 해왔다. 온라인 사회가 만개하더라도 종이책의 매력은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도서관 또한 디지털 세례를 받으며 더욱 진화할 것이다. 지식과 예술, 오락과 창작, 여가와 휴식의 중심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 [사진 각 건축사무소]  


.제4차 산업혁명 시대도 이제 오래됐다. 방대한 지식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기반이 필수적이다. 지식은 권력의 쌍생아다. 그 소유와 통제 주체가 계속 바뀌어 왔다. 건축 또한 지식의 권력이동과 함께해 왔다. 
   

IT기술 발달로 다목적 공간 변신
시애틀 공공도서관 실험 돋보여
지식·예술·정보 공유센터로 부상
주민 묶는 문화기지 역할 강해져


 온라인이 인류의 새로운 환경이 됐다. 데이터가 권력이, 네트워크 통제 시스템이 권력 기반이 됐다. 예전에는 국가가 데이터를 생성·관리했다면 요즘에는 구글 같은 정보 기업들이 직접 데이터센터를 지으며 정보화를 재촉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를 타고 정보의 집합체인 도서관도 달라지고 있다. 아니 도서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새로운 지식과 사유의 완결체인 도서관의 위상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서관은 시대마다 인류 문명의 등대 역할을 해왔다. 온라인 사회가 만개하더라도 종이책의 매력은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도서관 또한 디지털 세례를 받으며 더욱 진화할 것이다. 지식과 예술, 오락과 창작, 여가와 휴식의 중심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사진 각 건축사무소]  


.역사를 되돌아보자. 영화로도 유명한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이 생각난다. 1327년 중세의 한 도시가 배경이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책 한 권을 격리·통제해서 권력을 유지하려는 교회 사제들의 연쇄 살인사건을 다뤘다. 이렇듯 중세에는 유럽의 수도원, 아랍의 모스크 등 종교시설 부속 도서관이 지식의 전수자였다. 진리의 상징인 성서는 라틴어 번역만 허용됐고, 소수의 성직자만 그 내용을 독점했다. 신의 이름으로 교회와 사제가 권력을 주물렀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 귀족·시민들이 나라를 이끌었던 고대 국가에서 도서관은 지식을 공유하는 장이었다. 기원전 288년 설립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대표적이다. 당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도서관이었다.  지구에 있는 모든 책을 모으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세계의 석학들이 지식을 나누고 연구하는, 최고의 연구센터였다. 
    
“정보가 곧 권력” 시민들의 책 투쟁사   
   


도서관은 시대마다 인류 문명의 등대 역할을 해왔다. 온라인 사회가 만개하더라도 종이책의 매력은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도서관 또한 디지털 세례를 받으며 더욱 진화할 것이다. 지식과 예술, 오락과 창작, 여가와 휴식의 중심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 [사진 각 건축사무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2002년 새로 태어났다. 인류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가 진행한 현상설계에서 노르웨이 건축팀 스노헤타가 당선됐다. 고대 도서관이 있던 곳과 가까운 해안에 건립했다. 바다 쪽에서 보면 도서관은 직경 160m의 원판 모양이다. 이 원판은 앞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그 상부에는 고대 쐐기문자 문양이 새겨져 있다. 태양을 상징하는 이 원형 디자인은 지식의 순환성과 시간의 유동성을 드러낸다. 
   
도서관 건립은 근대 시민혁명이 성공하면서 본격화했다. 대중이 사회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면서 도서관의 공공성 또한 강화됐다. 왕정을 무너뜨린 시민들이 권력의 주체로 성장하면서 소수 귀족층에 제한됐던 도서관이 민간에게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거대 변화의 밑바탕에는 인쇄술의 발전이 깔려 있다. 대량 인쇄가 가능해지며 지식의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도서관은 시대마다 인류 문명의 등대 역할을 해왔다. 온라인 사회가 만개하더라도 종이책의 매력은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도서관 또한 디지털 세례를 받으며 더욱 진화할 것이다. 지식과 예술, 오락과 창작, 여가와 휴식의 중심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일본 센다이 미디어테크. [사진 각 건축사무소]  


.유럽 제국주의 시대의 도서관은 국가의 위용을 드러내는 수단이 됐다. 경제적 풍요를 자랑하고, 식민지에서 수집한 장서를 과시하려는 목적에서 대영도서관 같은 대형 도서관 건립이 잇따랐다. ‘지혜의 집’이었던 고대 도서관이 국가의 상징물로 부상한 것이다. 건물이 커지고, 화려함도 더해졌다. 
   
길게 보면 1995년 건립된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도 그 맥락을 잇고 있다. 세계적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했다. 도서관은 크게 글래스 타워 네 개와 중앙의 숲 정원으로 구성됐다. 
   
페로는 무엇보다 중세적 건축 요소를 걷어냈다. 고전적인 아케이드, 석재 조각, 부와 권력의 장식 표현으로부터 단절과 혁신을 선언했다. 유리와 강철, 목재 등 절제된 재료를 사용했다. 도시인의 미니멀리즘 언어로 시민이 주인인 공간을 구성했다. 또 산책로 중심에는 광대한 오아시스 같은 안뜰을 배치했다. 도서관 일대 한가운데를 비우고 그곳을 나무로 채웠다. 참나무·소나무·자작나무 250여 그루를 심었다. 
   
글래스 타워 네 곳과 그 주변에는 도서관 시설이 줄줄이 펼쳐진다. 3600여 개의 학습 공간, 1에이커(약 4000㎡) 규모의 사무실, 갤러리 및 회의실 등을 갖췄다. 서가 길이만 400㎞에 이른다.  2000만 권의 책을 보관할 수 있다. 빛을 완전히 차단하던 중세적 서고 공간은 이제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도서관의 진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또 한 번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다. 정보를 취득하는 주요 관문이 종이책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오면서 공간적·물리적 제약이 없는 디지털 아카이브가 가상도서관 역할을 맡게 됐다. 이른바 책 없는 도서관(Book-less Library)이다. 태블릿PC, e북 리더기, 노트북 등  IT 기기가 책을 대신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어울리는 작은 도서관 
  


건축가 장윤규가 제안한 숲속의 작은 도서관. 자연과 도서관의 만남을 담았다. 대 접촉을 줄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서관을 그려봤다.  


.도서관의 기능도 달라지고 있다. 장서 보관과 지식 공유라는 전통적 개념을 넘어 북카페, 복합문화공간, 통합검색센터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책 보관·열람 공간에서 전방위 체험 공간으로 업그레이드 중이다. 
   
그 변화의 복판에 네덜란드 출신의 저명 건축가 렘 콜하스가 있다. 그는 도서관을 책 보관소가 아닌 정보공유센터로 명명한다. 그가 2004년 완공한 시애틀 공공도서관은 리딩룸(Reading Room·열람실) 대신 리빙룸(Living Room·거실)을 사용했다. 휴식을 취하고, 차를 마시고, 토론하고, 놀고 즐기는, 즉 온갖 활동을 하는 개방형 공간을 조성했다. 심지어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도서관 분위기를 느끼며 편하게 쉬도록 했다. 오직 시민을 위한, 문턱이 없는 도서관이다. 
   
일본 건축가 이토 토요가 2001년 선보인 센다이(仙臺) 미디어테크는 도서관의 복합 기능을 한껏 끌어올렸다. 도서관(Library)·기록관(Archives)·박물관(Museum)을 결합한 이른바 라키비움(Larchiveum) 개념을 실현했다. 예술품·서적 같은 전통 매체, 오감 만족 시청각 매체, 데이터 소스 같은 전자 매체를 두루 제공한다. 시민들은 이들 자료를 이용해 창의성을 꽃피울 수 있다. 센다이 미디어테크는 공간 구성에서도 혁신을 이뤄냈다. 판(플로어)·관(기둥)·외피(파사드/외벽)라는 건축 기본 요소를 한데 묶은 유니버설 스페이스를 빚어냈다. 
   
도서관의 미래는 무궁하다. 필자는 책과 자연의 접목을 생각해본다. 도서관과 도심 휴식공간인 공원의 결합을 제안해본다. 자연의 숨결이 살아있는 작은 쉼터 같은 숲속 도서관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집단감염이 사라진, 즉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대규모 집합시설은 예전 같은 지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디지털 기반의 정보·지식 공유가 대세가 될 것이다. 미래의 도서관은 규모가 작더라도 문제가 없다. 학습 공간인 러닝(Learning) 센터와 지역 사회의 연결, 그 중심에 데이터 센터가 있을 것이다. 
   

산을 닮은 도서관, 지역 명물 됐네

 

 

스파이크니스의 북마운틴  


.네덜란드 최대 항구도시 로테르담 인근에 명품 도서관이 하나 있다. 로테르담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소도시 스파이크니스의 북마운틴(Book Mountain·사진)이다. 말 그대로 책을 산처럼 쌓았다. 네덜란드 건축사무소 MVRDV가 설계했는데, 2103년 세계 유수의 디자인 공모전인 레드닷 어워드에서 건축 부문 올해의 상을 받았다. 
   
북마운틴에는 총 길이 480m의 책꽂이가 층층이 놓여 있다. 사람들은 마치 산을 오르듯, 혹은 산길을 산책하듯 책장 사이를 누빈다. 도서관 외부는 피라미드 형태다. 외벽을 채광창으로 마감해 도서관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환한 빛이 마치 “어서 들어와 책을 펼쳐 보세요”라고 유혹하는 듯하다. 
   
도서관의 총면적은 9300㎡에 이른다. 도시 한복판, 역사적인 마을 교회 옆 시장 광장에 있다. 또 도서관 안에는 환경교육센터, 체스 클럽, 강당, 회의실, 상업용 사무실 및 각종 가게가 들어서 있다. 도서관 자체가 지역 주민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장윤규 국민대 건축대학 교수·운생동건축 대표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제목 “책만 읽나? 쉬기도 해야지” 열람실에서 놀이터로 / 장윤규(건축학부) 교수 작성자 박윤진
작성일 20.12.18 조회수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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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도서관의 진화 

 


도서관은 시대마다 인류 문명의 등대 역할을 해왔다. 온라인 사회가 만개하더라도 종이책의 매력은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도서관 또한 디지털 세례를 받으며 더욱 진화할 것이다. 지식과 예술, 오락과 창작, 여가와 휴식의 중심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 [사진 각 건축사무소]  


.제4차 산업혁명 시대도 이제 오래됐다. 방대한 지식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기반이 필수적이다. 지식은 권력의 쌍생아다. 그 소유와 통제 주체가 계속 바뀌어 왔다. 건축 또한 지식의 권력이동과 함께해 왔다. 
   

IT기술 발달로 다목적 공간 변신
시애틀 공공도서관 실험 돋보여
지식·예술·정보 공유센터로 부상
주민 묶는 문화기지 역할 강해져


 온라인이 인류의 새로운 환경이 됐다. 데이터가 권력이, 네트워크 통제 시스템이 권력 기반이 됐다. 예전에는 국가가 데이터를 생성·관리했다면 요즘에는 구글 같은 정보 기업들이 직접 데이터센터를 지으며 정보화를 재촉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를 타고 정보의 집합체인 도서관도 달라지고 있다. 아니 도서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새로운 지식과 사유의 완결체인 도서관의 위상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서관은 시대마다 인류 문명의 등대 역할을 해왔다. 온라인 사회가 만개하더라도 종이책의 매력은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도서관 또한 디지털 세례를 받으며 더욱 진화할 것이다. 지식과 예술, 오락과 창작, 여가와 휴식의 중심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사진 각 건축사무소]  


.역사를 되돌아보자. 영화로도 유명한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이 생각난다. 1327년 중세의 한 도시가 배경이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책 한 권을 격리·통제해서 권력을 유지하려는 교회 사제들의 연쇄 살인사건을 다뤘다. 이렇듯 중세에는 유럽의 수도원, 아랍의 모스크 등 종교시설 부속 도서관이 지식의 전수자였다. 진리의 상징인 성서는 라틴어 번역만 허용됐고, 소수의 성직자만 그 내용을 독점했다. 신의 이름으로 교회와 사제가 권력을 주물렀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간다. 귀족·시민들이 나라를 이끌었던 고대 국가에서 도서관은 지식을 공유하는 장이었다. 기원전 288년 설립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대표적이다. 당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도서관이었다.  지구에 있는 모든 책을 모으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세계의 석학들이 지식을 나누고 연구하는, 최고의 연구센터였다. 
    
“정보가 곧 권력” 시민들의 책 투쟁사   
   


도서관은 시대마다 인류 문명의 등대 역할을 해왔다. 온라인 사회가 만개하더라도 종이책의 매력은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도서관 또한 디지털 세례를 받으며 더욱 진화할 것이다. 지식과 예술, 오락과 창작, 여가와 휴식의 중심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 [사진 각 건축사무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2002년 새로 태어났다. 인류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가 진행한 현상설계에서 노르웨이 건축팀 스노헤타가 당선됐다. 고대 도서관이 있던 곳과 가까운 해안에 건립했다. 바다 쪽에서 보면 도서관은 직경 160m의 원판 모양이다. 이 원판은 앞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그 상부에는 고대 쐐기문자 문양이 새겨져 있다. 태양을 상징하는 이 원형 디자인은 지식의 순환성과 시간의 유동성을 드러낸다. 
   
도서관 건립은 근대 시민혁명이 성공하면서 본격화했다. 대중이 사회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면서 도서관의 공공성 또한 강화됐다. 왕정을 무너뜨린 시민들이 권력의 주체로 성장하면서 소수 귀족층에 제한됐던 도서관이 민간에게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거대 변화의 밑바탕에는 인쇄술의 발전이 깔려 있다. 대량 인쇄가 가능해지며 지식의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도서관은 시대마다 인류 문명의 등대 역할을 해왔다. 온라인 사회가 만개하더라도 종이책의 매력은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도서관 또한 디지털 세례를 받으며 더욱 진화할 것이다. 지식과 예술, 오락과 창작, 여가와 휴식의 중심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일본 센다이 미디어테크. [사진 각 건축사무소]  


.유럽 제국주의 시대의 도서관은 국가의 위용을 드러내는 수단이 됐다. 경제적 풍요를 자랑하고, 식민지에서 수집한 장서를 과시하려는 목적에서 대영도서관 같은 대형 도서관 건립이 잇따랐다. ‘지혜의 집’이었던 고대 도서관이 국가의 상징물로 부상한 것이다. 건물이 커지고, 화려함도 더해졌다. 
   
길게 보면 1995년 건립된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도 그 맥락을 잇고 있다. 세계적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했다. 도서관은 크게 글래스 타워 네 개와 중앙의 숲 정원으로 구성됐다. 
   
페로는 무엇보다 중세적 건축 요소를 걷어냈다. 고전적인 아케이드, 석재 조각, 부와 권력의 장식 표현으로부터 단절과 혁신을 선언했다. 유리와 강철, 목재 등 절제된 재료를 사용했다. 도시인의 미니멀리즘 언어로 시민이 주인인 공간을 구성했다. 또 산책로 중심에는 광대한 오아시스 같은 안뜰을 배치했다. 도서관 일대 한가운데를 비우고 그곳을 나무로 채웠다. 참나무·소나무·자작나무 250여 그루를 심었다. 
   
글래스 타워 네 곳과 그 주변에는 도서관 시설이 줄줄이 펼쳐진다. 3600여 개의 학습 공간, 1에이커(약 4000㎡) 규모의 사무실, 갤러리 및 회의실 등을 갖췄다. 서가 길이만 400㎞에 이른다.  2000만 권의 책을 보관할 수 있다. 빛을 완전히 차단하던 중세적 서고 공간은 이제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도서관의 진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또 한 번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다. 정보를 취득하는 주요 관문이 종이책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오면서 공간적·물리적 제약이 없는 디지털 아카이브가 가상도서관 역할을 맡게 됐다. 이른바 책 없는 도서관(Book-less Library)이다. 태블릿PC, e북 리더기, 노트북 등  IT 기기가 책을 대신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어울리는 작은 도서관 
  


건축가 장윤규가 제안한 숲속의 작은 도서관. 자연과 도서관의 만남을 담았다. 대 접촉을 줄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서관을 그려봤다.  


.도서관의 기능도 달라지고 있다. 장서 보관과 지식 공유라는 전통적 개념을 넘어 북카페, 복합문화공간, 통합검색센터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책 보관·열람 공간에서 전방위 체험 공간으로 업그레이드 중이다. 
   
그 변화의 복판에 네덜란드 출신의 저명 건축가 렘 콜하스가 있다. 그는 도서관을 책 보관소가 아닌 정보공유센터로 명명한다. 그가 2004년 완공한 시애틀 공공도서관은 리딩룸(Reading Room·열람실) 대신 리빙룸(Living Room·거실)을 사용했다. 휴식을 취하고, 차를 마시고, 토론하고, 놀고 즐기는, 즉 온갖 활동을 하는 개방형 공간을 조성했다. 심지어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도서관 분위기를 느끼며 편하게 쉬도록 했다. 오직 시민을 위한, 문턱이 없는 도서관이다. 
   
일본 건축가 이토 토요가 2001년 선보인 센다이(仙臺) 미디어테크는 도서관의 복합 기능을 한껏 끌어올렸다. 도서관(Library)·기록관(Archives)·박물관(Museum)을 결합한 이른바 라키비움(Larchiveum) 개념을 실현했다. 예술품·서적 같은 전통 매체, 오감 만족 시청각 매체, 데이터 소스 같은 전자 매체를 두루 제공한다. 시민들은 이들 자료를 이용해 창의성을 꽃피울 수 있다. 센다이 미디어테크는 공간 구성에서도 혁신을 이뤄냈다. 판(플로어)·관(기둥)·외피(파사드/외벽)라는 건축 기본 요소를 한데 묶은 유니버설 스페이스를 빚어냈다. 
   
도서관의 미래는 무궁하다. 필자는 책과 자연의 접목을 생각해본다. 도서관과 도심 휴식공간인 공원의 결합을 제안해본다. 자연의 숨결이 살아있는 작은 쉼터 같은 숲속 도서관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집단감염이 사라진, 즉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대규모 집합시설은 예전 같은 지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디지털 기반의 정보·지식 공유가 대세가 될 것이다. 미래의 도서관은 규모가 작더라도 문제가 없다. 학습 공간인 러닝(Learning) 센터와 지역 사회의 연결, 그 중심에 데이터 센터가 있을 것이다. 
   

산을 닮은 도서관, 지역 명물 됐네

 

 

스파이크니스의 북마운틴  


.네덜란드 최대 항구도시 로테르담 인근에 명품 도서관이 하나 있다. 로테르담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소도시 스파이크니스의 북마운틴(Book Mountain·사진)이다. 말 그대로 책을 산처럼 쌓았다. 네덜란드 건축사무소 MVRDV가 설계했는데, 2103년 세계 유수의 디자인 공모전인 레드닷 어워드에서 건축 부문 올해의 상을 받았다. 
   
북마운틴에는 총 길이 480m의 책꽂이가 층층이 놓여 있다. 사람들은 마치 산을 오르듯, 혹은 산길을 산책하듯 책장 사이를 누빈다. 도서관 외부는 피라미드 형태다. 외벽을 채광창으로 마감해 도서관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환한 빛이 마치 “어서 들어와 책을 펼쳐 보세요”라고 유혹하는 듯하다. 
   
도서관의 총면적은 9300㎡에 이른다. 도시 한복판, 역사적인 마을 교회 옆 시장 광장에 있다. 또 도서관 안에는 환경교육센터, 체스 클럽, 강당, 회의실, 상업용 사무실 및 각종 가게가 들어서 있다. 도서관 자체가 지역 주민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장윤규 국민대 건축대학 교수·운생동건축 대표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