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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경상대학

언론속의 국민

50만명으로 병력 감축 일정 연기해야 / 박휘락(정치대학원) 교수

지난 달 중순 북한 주민 1명이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한 채 바다를 통하여 월남한 것을 우리 군이 제 때에 발견하지 못한 데 책임을 물어서 군 당국은 22사단장(소장)은 보직 해임하면서 징계에 회부하였다. 전역조치될 수도 있다고 한다. 사단장을 포함하여 총 24명에게 인사적 조치를 가했고, 8군단장(중장)에게는 경고 조치를 내렸다. 어떤 실수가 발생하면 지휘고하를 막론한 문책이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적정한 수준이어야 한다. 사망사고가 발생하였거나 무장공비가 침투한 것도 아닌데, 사단장까지 보직해임한다?

 

이제 군의 고위직 지휘관을 처벌하는 것은 일상이 된 것 같다. 2020년 7월 탈북민 1명이 강화도에서 배수로를 통하여 한강으로 진입한 후 월북했을 때도 당시 해병 2사단장(소장)을 보직해임했다. 2019년 6월 북한 목선 1척이 삼척항으로 무단 입항했을 때는 8군단장(중장)을 보직해임하기도 했다. 한 사람의 소장이나 중장을 육성하기 위하여 국가가 들인 투자금이나 그가 군생활을 통하여 익힌 군사지식과 경험의 가치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면 사단장이 아니라 참모총장도 해임해야 하지만, 사태 무마용으로 고위직을 다반사로 처벌하는 것은 선진국의 격에 맞지 않다. 

 

아마 국방부장관은 사건이 발생한 그 순간부터 어느 정도 선에서 문책을 해야 정치권이 수긍할 것인가를 고민했을 것이다. 정치권도 어느 정도 계급을 문책해야 국민들이 수긍할 것인가를 생각하였을 것이다. 사태의 실상이 어떻고,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이며, 그것을 시정하려면 어떤 대책이 강구되어야할 것인지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사람은 별로 없다. 더 이상 잡음이 나지 않도록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고, 그 상투적인 방법은 고위직 처벌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군 지휘관들이 어떻게 소신있게 근무하겠는가? 자기 부대로 들어오면 운이 없는 것이고, 안 들어오기만을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군에서는 이미 지장(智將)이나 용장(勇將)은 소용없고, 운장(運將)이나 복장(福將)이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 22사단의 경계작전 태세를 전반적으로 점검하여 시정조치한다고 한다. 사실 22사단의 경우 임무가 과중한 것이 사실이다. 전군에서 유일하게 비무장지대(DMZ)의 경계와 해안 경계를 동시에 맡고 있고, 책임 구역도 비무장지대 30㎞, 해안 70㎞ 등 100㎞에 달한다. 다른 전방 경계사단들의 책임구역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그래서 예비도 없이 모든 여단을 경계작전에 투입하고 있다. 연말에 22사단 이남에서 해안경계를 담당하고 있는 23사단이 해체되어 22사단으로 통합되면 책임지역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군에서 책임지역을 조정하거나 인원을 보강해줄 수는 없다. 전체 군 규모를 내년까지 50만명으로 줄여야하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지 않는 다른 부대들도 모두 병력부족으로 상당한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 

 

문제의 근원은 군이 아니다. 성급한 병력감축을 요구하고 있는 국가 수뇌부이고, 정치권이다. 목표지향적인 병력감축에 문제가 있다고 아무리 말해도 50만명을 목표로 감축을 강요한 것이 그들 아니었나?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여 전 정권에서는 병력감축 시한을 다소 늦춰놓았는데, 그것을 2022년으로 앞당기고, 병사들의 복무기간도 18개월로 못밖은 게 현 정부 아닌가? 장비부터 보강한 후 병력을 감축해야 한다는 건의를 묵살한 것이 현 정부 아닌가? 현 정부에서 군의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들어주고, 해결해주고자 노력한 적이 있는가? 대통령이 군 지휘관들과 차 한잔 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애로사항을 솔직하게 청취한 적이 있는가? 현 정권의 정책결정자들이 군부대에서 숙식하면서 그 실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노력한 적이 있는가? 나아가 현재의 여당 국회의원들은 국가안보에 관심이라도 갖고 있는가? 북한이 하지 말란다면서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말자고 한 게 그들 아닌가?

 

“십년양병 일일용병(十年養兵 一日用兵)”이라는 말이 있다. 올바른 군을 키우는 데는 십년 이상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나름대로 애써 키워온 군대들을 도외시하고, 감축을 강요하면서 책임만 엄중하게 묻는다. 정부의 다른 부처에서는 개개인이 성추행했거나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 한 책임자를 처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군인들은 왜 이렇게 가혹하게 처벌하는가? 우리 군은 외국인 부대가 아니다. 우리 국민으로 구성된 국민의 군대이다. 제발 군을 아끼자. 국방과 국가안보를 걱정하자.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제목 50만명으로 병력 감축 일정 연기해야 / 박휘락(정치대학원) 교수 작성자 박윤진
작성일 21.03.12 조회수 226
첨부파일 phr.jpg (13.2 KB) 구분 학부공지

지난 달 중순 북한 주민 1명이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한 채 바다를 통하여 월남한 것을 우리 군이 제 때에 발견하지 못한 데 책임을 물어서 군 당국은 22사단장(소장)은 보직 해임하면서 징계에 회부하였다. 전역조치될 수도 있다고 한다. 사단장을 포함하여 총 24명에게 인사적 조치를 가했고, 8군단장(중장)에게는 경고 조치를 내렸다. 어떤 실수가 발생하면 지휘고하를 막론한 문책이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적정한 수준이어야 한다. 사망사고가 발생하였거나 무장공비가 침투한 것도 아닌데, 사단장까지 보직해임한다?

 

이제 군의 고위직 지휘관을 처벌하는 것은 일상이 된 것 같다. 2020년 7월 탈북민 1명이 강화도에서 배수로를 통하여 한강으로 진입한 후 월북했을 때도 당시 해병 2사단장(소장)을 보직해임했다. 2019년 6월 북한 목선 1척이 삼척항으로 무단 입항했을 때는 8군단장(중장)을 보직해임하기도 했다. 한 사람의 소장이나 중장을 육성하기 위하여 국가가 들인 투자금이나 그가 군생활을 통하여 익힌 군사지식과 경험의 가치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면 사단장이 아니라 참모총장도 해임해야 하지만, 사태 무마용으로 고위직을 다반사로 처벌하는 것은 선진국의 격에 맞지 않다. 

 

아마 국방부장관은 사건이 발생한 그 순간부터 어느 정도 선에서 문책을 해야 정치권이 수긍할 것인가를 고민했을 것이다. 정치권도 어느 정도 계급을 문책해야 국민들이 수긍할 것인가를 생각하였을 것이다. 사태의 실상이 어떻고,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이며, 그것을 시정하려면 어떤 대책이 강구되어야할 것인지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사람은 별로 없다. 더 이상 잡음이 나지 않도록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고, 그 상투적인 방법은 고위직 처벌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군 지휘관들이 어떻게 소신있게 근무하겠는가? 자기 부대로 들어오면 운이 없는 것이고, 안 들어오기만을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군에서는 이미 지장(智將)이나 용장(勇將)은 소용없고, 운장(運將)이나 복장(福將)이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 22사단의 경계작전 태세를 전반적으로 점검하여 시정조치한다고 한다. 사실 22사단의 경우 임무가 과중한 것이 사실이다. 전군에서 유일하게 비무장지대(DMZ)의 경계와 해안 경계를 동시에 맡고 있고, 책임 구역도 비무장지대 30㎞, 해안 70㎞ 등 100㎞에 달한다. 다른 전방 경계사단들의 책임구역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그래서 예비도 없이 모든 여단을 경계작전에 투입하고 있다. 연말에 22사단 이남에서 해안경계를 담당하고 있는 23사단이 해체되어 22사단으로 통합되면 책임지역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군에서 책임지역을 조정하거나 인원을 보강해줄 수는 없다. 전체 군 규모를 내년까지 50만명으로 줄여야하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지 않는 다른 부대들도 모두 병력부족으로 상당한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 

 

문제의 근원은 군이 아니다. 성급한 병력감축을 요구하고 있는 국가 수뇌부이고, 정치권이다. 목표지향적인 병력감축에 문제가 있다고 아무리 말해도 50만명을 목표로 감축을 강요한 것이 그들 아니었나?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여 전 정권에서는 병력감축 시한을 다소 늦춰놓았는데, 그것을 2022년으로 앞당기고, 병사들의 복무기간도 18개월로 못밖은 게 현 정부 아닌가? 장비부터 보강한 후 병력을 감축해야 한다는 건의를 묵살한 것이 현 정부 아닌가? 현 정부에서 군의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들어주고, 해결해주고자 노력한 적이 있는가? 대통령이 군 지휘관들과 차 한잔 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애로사항을 솔직하게 청취한 적이 있는가? 현 정권의 정책결정자들이 군부대에서 숙식하면서 그 실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노력한 적이 있는가? 나아가 현재의 여당 국회의원들은 국가안보에 관심이라도 갖고 있는가? 북한이 하지 말란다면서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말자고 한 게 그들 아닌가?

 

“십년양병 일일용병(十年養兵 一日用兵)”이라는 말이 있다. 올바른 군을 키우는 데는 십년 이상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나름대로 애써 키워온 군대들을 도외시하고, 감축을 강요하면서 책임만 엄중하게 묻는다. 정부의 다른 부처에서는 개개인이 성추행했거나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 한 책임자를 처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군인들은 왜 이렇게 가혹하게 처벌하는가? 우리 군은 외국인 부대가 아니다. 우리 국민으로 구성된 국민의 군대이다. 제발 군을 아끼자. 국방과 국가안보를 걱정하자.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