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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따스함을 만지다- 김도명 개인전
- 07.09.19 / 정인혜
할로겐 등의 노란 불빛과 몇몇 고가의 작품들로 ‘건드리지 마시오’ 라는 정지 팻말이 연상되는 일반적인 갤러리 풍경. 그러나 9월 4일부터 예술대 217호 국민아트 갤러리에서는 남다른 따스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생명을 머금은 녹색의 따스함. 그 따뜻한 기운은 [초록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김도명 작가의 작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전시실에 들어가자마자 관람객들을 사로잡는 건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편안한 기운이다. 친근한 골판지로 만들어진 조형물은 옛날 시골에서 보았던 뒤뜰 항아리의 푸근함을 연상케 했다. 신기한 것은 이것이 ‘조형물’ 이라기보다 원래, 그 모습 그대로 인 것처럼 자연스러운 느낌을 풍긴다는 것이었다. 특별한 전시장치 없이 바닥에 놓여있는 김도명 작가의 작품들은 ‘전시’ 되어 있다기 보다 그저 하나의 공간의 놓여진, 작은 자연과도 같았다. 골판지를 적층하여 만들어진 결 무늬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보는 이의 마음을 자연속의 한 공간으로 이끌었다.
작품의 이런 자연적 성향은 김도명 작가의 작가정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보통 작품을 전시한 후엔 돈으로 가치가 매겨져 팔려나가는 게 일반적인 전시실 풍경과는 달리, 김도명 작가의 작품은 자신의 손을 떠난 이후에도 이를 자연으로 돌려보내 그 속에서 작품이 풍화하고, 비를 맞고, 또 마르는, 이런 자연 속에서의 변화과정을 겪도록 하였다. 특히 작가의 손을 떠나고도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자연이라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변화된 [항아리(귀향)]라는 제목의 작품은 전시실이라는 10평 남짓의 공간, 그 안뿐만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무한한 공간으로 관람객을 이끌었다. [자연]을 굳이 전시실로 옮겨놓은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는 김보영의 평처럼 그의 작품은 이미 그 안에 자연이란 무한한 공간을 담고 있었다. 자연 속에서의 작품의 이런 변화 과정 또한 김도명 작가 작품의 일부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이에서 작품의 자연의 정신을 담고자 하는 작가의 기분 좋은 정신과 고집이 느껴졌다.
전시실 바닥에는 작품주변에 개미 몇 마리 들이 떼 지어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이색적이었는데, 이 개미들은 작품을 자신들의 집으로 알고 둥지를 튼, 이 작품의 새로운 가족이었다. 이 순간 더 이상 관람객 눈앞에 있는 ‘작품’은 작품 이상의, 누군가의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자신 또한 그들에 의지하며 자연 속에서 조금씩 변해가는 자연의 한 공간으로써 이름 지워졌다.
몇몇 작품에는 이 작품의 제도본이 같이 전시되어 있었다. 단순해 보이는 외관 모습과 달리 작품 제작 과정은 굉장히 까다로웠다. 일일이 종이 두께까지 계산해 제도하고 그에 따라 손으로 일일이 자른 과정이 작품에 녹아들어가서 인지 작품하나하나에는 골판지 결 사이로 지난 시간의 노고와 흐름이 녹아있는 듯했다. 이것은 자연속의 하나의 씨앗이 오랜 노력 끝에 하나의 새싹을 틔우고, 떡잎이 열리고, 서서히 꽃을 맺고 그리고 나서야 하나의 작은 열매를 맺는, 자연속의 그 섭리와 닮아있었다.
갤러리를 둘러보고 나서 김도명 작가와의 기분 좋은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작품을 화두로 시작된 긴 대화 속에서, 필자는 김도명 작가의 작품 안의 따스한 기운이 바로 자신에게서 비롯되었음을 느꼈다. 아이 같은 눈으로 자신의 작품 하나하나를 쑥스러운 듯, 그렇지만 진실 되게, 마치 자신의 자식을 소개하듯 이야기하는 모습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이에게서만 느껴지는 특유의 맑은 기운이 느껴졌다. 작품을 판매하지 않고 자연에 돌려보내려는 그 고집 때문에 작품 활동비를 벌기위해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작품 활동을 하는 힘든 일정 속에서도 그의 눈빛 속에서는 하루하루의 가치를 발견하는 행복의 겨운 비명이 들리는 듯했다.
기분 좋은 인터뷰 뒤에 전시 책자에 싸인을 부탁했다. [초록의 꿈을 꾸며...김도명]. 선생의 글이 마음으로 전해졌다. 이 마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이에게서 느껴지는 건강한 기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것은 작품이 주는 초록빛의 진정성, 그것 이상의 따뜻함으로 느껴졌다. 김도명, 그는 지금도 어느 작은 작업실에서 피로조차 잊은 얼굴로 우리에게 전해줄 초록빛 꿈을 꾸고 있다.
제목 | 초록빛 따스함을 만지다- 김도명 개인전 | 작성자 | 정인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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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9.19 | 조회수 | 23511 |
첨부파일 | 구분 | 학부공지 | |
할로겐 등의 노란 불빛과 몇몇 고가의 작품들로 ‘건드리지 마시오’ 라는 정지 팻말이 연상되는 일반적인 갤러리 풍경. 그러나 9월 4일부터 예술대 217호 국민아트 갤러리에서는 남다른 따스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생명을 머금은 녹색의 따스함. 그 따뜻한 기운은 [초록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김도명 작가의 작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전시실에 들어가자마자 관람객들을 사로잡는 건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편안한 기운이다. 친근한 골판지로 만들어진 조형물은 옛날 시골에서 보았던 뒤뜰 항아리의 푸근함을 연상케 했다. 신기한 것은 이것이 ‘조형물’ 이라기보다 원래, 그 모습 그대로 인 것처럼 자연스러운 느낌을 풍긴다는 것이었다. 특별한 전시장치 없이 바닥에 놓여있는 김도명 작가의 작품들은 ‘전시’ 되어 있다기 보다 그저 하나의 공간의 놓여진, 작은 자연과도 같았다. 골판지를 적층하여 만들어진 결 무늬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보는 이의 마음을 자연속의 한 공간으로 이끌었다. 작품의 이런 자연적 성향은 김도명 작가의 작가정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보통 작품을 전시한 후엔 돈으로 가치가 매겨져 팔려나가는 게 일반적인 전시실 풍경과는 달리, 김도명 작가의 작품은 자신의 손을 떠난 이후에도 이를 자연으로 돌려보내 그 속에서 작품이 풍화하고, 비를 맞고, 또 마르는, 이런 자연 속에서의 변화과정을 겪도록 하였다. 특히 작가의 손을 떠나고도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자연이라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변화된 [항아리(귀향)]라는 제목의 작품은 전시실이라는 10평 남짓의 공간, 그 안뿐만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무한한 공간으로 관람객을 이끌었다. [자연]을 굳이 전시실로 옮겨놓은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는 김보영의 평처럼 그의 작품은 이미 그 안에 자연이란 무한한 공간을 담고 있었다. 자연 속에서의 작품의 이런 변화 과정 또한 김도명 작가 작품의 일부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이에서 작품의 자연의 정신을 담고자 하는 작가의 기분 좋은 정신과 고집이 느껴졌다. 전시실 바닥에는 작품주변에 개미 몇 마리 들이 떼 지어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이색적이었는데, 이 개미들은 작품을 자신들의 집으로 알고 둥지를 튼, 이 작품의 새로운 가족이었다. 이 순간 더 이상 관람객 눈앞에 있는 ‘작품’은 작품 이상의, 누군가의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자신 또한 그들에 의지하며 자연 속에서 조금씩 변해가는 자연의 한 공간으로써 이름 지워졌다. 몇몇 작품에는 이 작품의 제도본이 같이 전시되어 있었다. 단순해 보이는 외관 모습과 달리 작품 제작 과정은 굉장히 까다로웠다. 일일이 종이 두께까지 계산해 제도하고 그에 따라 손으로 일일이 자른 과정이 작품에 녹아들어가서 인지 작품하나하나에는 골판지 결 사이로 지난 시간의 노고와 흐름이 녹아있는 듯했다. 이것은 자연속의 하나의 씨앗이 오랜 노력 끝에 하나의 새싹을 틔우고, 떡잎이 열리고, 서서히 꽃을 맺고 그리고 나서야 하나의 작은 열매를 맺는, 자연속의 그 섭리와 닮아있었다. 갤러리를 둘러보고 나서 김도명 작가와의 기분 좋은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작품을 화두로 시작된 긴 대화 속에서, 필자는 김도명 작가의 작품 안의 따스한 기운이 바로 자신에게서 비롯되었음을 느꼈다. 아이 같은 눈으로 자신의 작품 하나하나를 쑥스러운 듯, 그렇지만 진실 되게, 마치 자신의 자식을 소개하듯 이야기하는 모습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이에게서만 느껴지는 특유의 맑은 기운이 느껴졌다. 작품을 판매하지 않고 자연에 돌려보내려는 그 고집 때문에 작품 활동비를 벌기위해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작품 활동을 하는 힘든 일정 속에서도 그의 눈빛 속에서는 하루하루의 가치를 발견하는 행복의 겨운 비명이 들리는 듯했다. 기분 좋은 인터뷰 뒤에 전시 책자에 싸인을 부탁했다. [초록의 꿈을 꾸며...김도명]. 선생의 글이 마음으로 전해졌다. 이 마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이에게서 느껴지는 건강한 기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것은 작품이 주는 초록빛의 진정성, 그것 이상의 따뜻함으로 느껴졌다. 김도명, 그는 지금도 어느 작은 작업실에서 피로조차 잊은 얼굴로 우리에게 전해줄 초록빛 꿈을 꾸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