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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임홍재 국민대 총장 “국민대가 잘하는 것에 집중해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인재 키워낼 것”

  • 20.02.06 / 이민아

기술이전수입액 1위…실용 중심 학문으로 성과 창출
디자인·자동차 분야 성공 모델…소프트웨어·헬스케어로 확대
전교생 대상 소프트웨어 코딩교육 도입…AI교육도 추진
창의융합창업단 설치…융합의 공감대 형성으로 시너지 효과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파란 플래카드에 걸린 문구가 눈에 띈다. ‘대학 기술이전수입액 1위.’ 어떤 설명보다 국민대학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이다. 이러한 결과는 그간 국민대가 가꿔온 ‘실용 중심’ 학문의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국 대학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민대는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여러 가지 분야의 몸집을 키우기보다 가장 잘할 수 있는 하나를 선택, 집중하는 전략이었다. 전략은 성공했고, 계속 유효하다.

국민대를 성공적인 산학협력 대학으로 만드는 데 힘쓴 한 사람이 바로 임홍재 총장이다. 실용성을 강조하는 공학도의 성향만큼 평소의 언행에도 군더더기가 없다. 그의 언어에는 미사여구가 없다. 팩트(Fact)를 기반으로, 할 말만 간단히 한다. 간단명료하다. 유려한 말솜씨를 뽐내지 않지만 현장 감각을 갖추고, 디테일에 강하다. 그런 성향이 투영된 것일까. 국민대를 이끌어 갈 임 총장의 청사진에는 화려한 구호 대신 현실성을 높인 디테일이 숨어 있었다.

- 한 해의 막이 올랐다. 새해를 맞이한 소감 한 말씀 부탁한다.
“신년사를 통해서도 말했지만 한 학기를 지내면서 잠을 못 이뤘다. 총장이란 자리가 그런 자리다. 한 학기는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었다. 자율경영을 모토로 삼고 있는데 총장인 내가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배려하고, 상호존중하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올해의 목표라면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다. 교무회의에 참석하는 한 학장이 ‘학교에 오는 일이, 회의에 참석하는 일이 즐겁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뭉클해졌다. 교수들이 행복한 대학, 세상을 행복하게 해주는 인재를 만드는 대학을 만들어 가고 싶다. 함께 가자는 희망으로 새해를 시작했다.”

-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 재정난 등 대학의 미래가 결코 밝지만은 않다.
“급격한 학령인구의 감소, 10여 년간 계속된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 등으로 대학 재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도 다양한 수입원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평생교육원의 실무교육사업 진출 모색, 외국인 유학생과 발전기금 유치,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수주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재정을 확보할 것이다. 무엇보다 특화된 산학협력을 학문 분야에 확산시키고, 차세대 기술 사업화를 통해 실질적인 수익을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 특히 총장이 되고 나서 보니 우리나라 대학의 기부금 현황은 말 그대로 부익부 빈익빈이었다. 주요 대학들은 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기부금을 내고 있으며, 동문들도 많이 동참한다. 역대 총장들도 기부금이나 발전기금을 많이 모집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등록금 사정도 마찬가지다. 현실 가능한 재정확보 방안을 고민하다가 연구를 위한 연구, 기술 지원이 일어나는 연구에 포커스를 맞추게 됐다. 공대 규모는 여타 유명 대학보다는 작지만 국민대는 기술지원연구에 아주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대표적인 것이 기술이전수입 1위를 기록한 사례다.”

- 그 기록이 아주 놀랍다. 어떻게 그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나.
“중요한 포인트는 교수들이 해당 산업에서 중요한 연구를 했고, 기업이 그 기술을 사가면서 국민대 연구의 가치가 더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한 사람이 1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물론 국민대도 처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니다. 잘하는 부분을 찾아 승부를 걸었고, 거기서 성공한 셈이다. 산학협력을 잘하는 대학을 평가하기 위해 대학들을 선정하는 사업이 LINC사업이다. 국민대는 2단계 LINC사업에 간신히 들어왔지만 이후 수도권에서 최우수대학이 됐고, 몇 년 뒤에는 전국에서 1등을 했다. 또한 구성원과 논의해 국민대가 강점을 보이는 분야를 찾았다. 그게 디자인 분야다. 집중적으로 특성화해서 경쟁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 다음 찾은 특성화 분야가 자동차 산업이다. 자동차는 기계학을 기본으로 하는데 우리는 더 들어가 기계학에서도 자동차에 집중해 승부를 걸었다. 미국 GM자동차에서 엔지니어로 몇 년간 일하면서 국내 회사 CEO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GM 재직 당시 보니 대학과 함께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런 모델을 가져와서 우리 대학도 자동차 회사가 엔지니어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기 시작했다. 교육 내용을 협의하고, 교과과정도 만들었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엔지니어 교육을 학부에서 실시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대학에서 자동차를 전공한 학생들의 경쟁력이 자연스레 높아졌다. 이는 해당 학과의 교수들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GM 출신의 교수, 자동차 산업으로 유명한 독일 아헨공대 출신 교수, 미국 자동차 산업을 잘 아는 교수들이 포진해 산학협력을 주도했다.”

- 디자인, 자동차 그 다음 제3의 주력 분야는 무엇이 될지 궁금하다.
“현재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소프트웨어와 헬스케어 분야다. 소프트웨어 선도대학에 선정돼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전임 총장 때 전교생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코딩교육을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교육 배경에는 인문사회계열의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시키면 훨씬 시너지가 있을 거라던 국민대 출신 그래텍 배인식 대표의 의견이 주효했다. 게임과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할 때 인문사회 소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산업계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했다. 우리 대학의 강점이 바로 거기에 있다. 전교생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면서 거부감도 많았지만 그 중에 한 명이라도 대박을 만들어 낼 기회를 갖는 것이다. 나아가 전교생의 AI교육도 준비하고 있다. AI는 이공계 학생만이 하는 학문이 아니다. AI에 대한 개념을 인문사회 학생들이 이해만 한다면 굉장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도 바이오산업이 큰 바탕이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가 잘할 수 있는 헬스케어 분야에 집중했다. 기존의 발효융합학과에서 출발했지만 헬스케어에 주목해 발모제, 샴푸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했다. 학교기업을 키워 상장도 했고, 신약개발에 우수한 스타급 교수를 영입했다. 지금은 바이오 분야를 그룹핑(Grouping)하면서 임상생명, 화학, 발효융합 등의 학문을 묶어 하나의 클러스터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 최근 독일 기업 인수로 화제가 됐던 배달의 민족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가 국민대 동문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언급한 벤처의 상징 배인식 대표도 국민대 출신이다. 국민대 창업 풍토에 대해 설명해 달라.
“창업은 ‘기업가 정신’에서 시작된다. 기업가 정신 고취를 위해 우리 대학은 다양한 강좌와 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매년 연 인원 7000여명이 창업 관련 정규강좌를 이수하고 있다. 학교의 구성원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제도와 규정을 마련했다. 총장 직속 창업지원단을 설치해, 학업과 창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창업대체학점인정제도와 창업휴학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교원창업겸직제도 등의 창업친화적 인사제도를 갖춰 창업에 대한 학교의 의지를 선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자립해서 벤처캐피탈 자금 지원을 받을 정도로 성장할 때까지 전 과정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창업보육 인프라 구축과 창업자금 지원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도 교내·외에 창업보육센터, 대학로창업카페, 글로벌스케일업센터 등을 운영하면서 앞으로 더 확대할 계획이다. 외부 투자를 받는 기회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K-스케일업 Seed 투자 프로그램‘을 개최해 창업자들의 투자 유치를 지원하고 외부 투자자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 국민대가 아주 적절한 발전전략을 체득한 것으로 보인다. 메가트랜드를 따라가기보다 한 산업분야의 강점을 키우는 방식, 이런 성공스토리가 눈으로 보이면 변화와 혁신에 대한 구성원의 저항은 크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 변화와 혁신이 스스로 일어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대학에 창의융합창업단이 있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재미난 일이 생겼다. 패션계 학과와 이공계 교수를 모이게 했더니 옷의 디자인에만 집중하던 사람들이 3D 프린팅으로 의상을 만들어 내거나, 의상과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를 결합하는 등 사고의 전환이 이뤄졌다. 전혀 다른 분야의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하고, 접목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융합의 공감대가 이뤄지면서 자연스레 융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어느 대학이든 각자도생으로 살아간다. 잘하는 사람은 혼자 잘해서 치고 나가고, 포기하거나 못하는 사람은 도태된다. 국민대는 여러 가지 가시적인 성공모델이 만들어지고 공유를 하다 보니 구성원이 스스로 움직이고 함께 나아가려고 한다. 여기서 착안한 것이 (가칭)샌드위치 미팅이다. 각자 다른 전공을 가진 교수들이 모여 스스럼없이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 보려고 한다.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교수들이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다 보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겠나.”

- 역시 취임사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다짐했다. 올해 계획한 변화와 혁신 모델이 있다면.
“자유로운 학문공동체라는 대학 본연의 가치가 축소되고 4차 산업혁명의 사회변화, 기술변화 등 대내외적인 위기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 단과대학이 대학본부와의 협의를 통해 스스로 교육과 연구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예산 운영이나 인적자원 배치 등 다양한 방면에서 더 큰 자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 단과대학 자율경영을 계획했다. 또한, 연구업적이 탁월한 우수 교원을 선발·지원하고 특성화된 산학협력과 창업을 더 발전시키려 한다.”

- 최근 공대 출신 총장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공대 총장 출신으로 이 같은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
“고려대와 성균관대, 인하대 등 공대 출신 총장들이 많다. 급변하는 시대,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이공계 경험이 트렌드를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미션이 총장들에게 주어졌다고 본다. 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 현실적으로 실용적으로 접목하는 강점이 있다.”

- 소통이 중요한 시대이기도 하다. 교수나 학생, 직원 등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
“소통이란 서로의 생각이 막히지 않고 잘 통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나. 전제는 관계의 문제다. 기울어진 관계에서는 어느 한 쪽이 반드시 불편하고 힘들어진다. 균형 있는 관계가 이뤄져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 본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현장에 있다’고 항상 생각한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거기서 해답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교수들과는 단과대학별 조찬 간담회 형식을 통해, 직원들과는 직급별 연수를 비롯해 각종 행사 시 간담회 등의 형식으로, 학생들과는 셔틀버스 동행이나 주기적인 학생회 간담회를 진행한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교무위원회는 물론 학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옴부즈만 제도, 각종 설문조사 등에 관심을 기울여 놓친 부분을 보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고등교육의 현안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대학들은 또 다시 2021진단을 준비해야 한다. 이미 보고서 준비에 들어간 대학도 있다. 3주기 평가는 어떻게 대비할 생각인가.
“일단 2주기 평가에 비해 3주기 평가는 강사법 시행과 관련한 사항을 평가지표로 반영했다는 차이가 있다. 강사 강의 축소를 평가에 반영한 것이다. 비전임교원 담당학점 대비 강사 담당학점 비율도 달라졌다. 일부 정량지표 만점 기준이 크게 상향돼 등록금 동결 상황에서 대학과 법인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라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대학혁신지원사업과의 연계를 통한 수업과 교육과정 운영, 학생 지원 정성 실적에 대한 성과 축적과 고도화를 위해 대학의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등록금 동결 상황에서 장기적 관점에서의 자원배분을 위한 평가지표별 전담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전향적 조직·업무·인사 재배치 및 차세대통합시스템 구축으로 전사적 자원관리를 체계적으로 실현해 평가에 대응하려 한다.”

- 등록금 이슈가 뜨겁다. 등록금 정책에 대한 의견을 부탁한다.
“등록금은 10년 이상 동결돼 사실상 그간 물가상승 등을 감안하면 대학 수익은 계속 감소해온 셈이다. 정치권은 국가경쟁력은 개인의 경쟁력이고, 미래 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책임이라는 거시적 안목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매해 대학 국제 경쟁력은 추락하고 있으며 우리의 경제 능력에 걸맞은 대학 경쟁력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이라는 기본을 생각할 때다. 보다 양질의 교육을 받겠다는 교육 수요자들에 대해 수익자 부담의 원칙이 필요하다. 그래야 대학은 서민들의 평준화 교육, 해외 유수 대학의 유학은 높은 경제계층의 소유라는 파행적이고 사회 분열적인 병리 현상을 막을 수 있다. 결과적으론 우리 교육의 자생력을 높이고, 우수한 교수와 학생의 지속적인 확보가 가능해진다.”

- 마지막으로 구성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학의 구성원 모두가 서로 간의 믿음을 바탕으로 서로를 향한 존중과 공감에 기반해 소통할 수 있는 대학이 되길 바란다. 늘 느끼지만 나의 능력으로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있어 가능했다.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우수한 인재를 배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노력할 것이다. 4년 뒤 은퇴할 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임홍재 총장은...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대학원에서 기계설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아이오와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미국 GM 자동차 엔지니어로 근무했고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기술자문위원, 대한기계학회 부회장, 삼성테크윈 중앙연구소 연구개발 기술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1992년 국민대 교수로 부임해 기계설계학과장, 교무처장, 대학원장, 부총장직을 지냈다. 2019년 9월 제12대 국민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본지 최용섭 발행인(왼쪽)이 임홍재 총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원문보기: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225259
※ 이 기사는 별도의 저작권 요청을 통해 게재 허락을 받았습니다.

 

제목 [파워인터뷰] 임홍재 국민대 총장 “국민대가 잘하는 것에 집중해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인재 키워낼 것” 작성자 이민아
작성일 20.02.06 조회수 14864
첨부파일 구분 학부공지

기술이전수입액 1위…실용 중심 학문으로 성과 창출
디자인·자동차 분야 성공 모델…소프트웨어·헬스케어로 확대
전교생 대상 소프트웨어 코딩교육 도입…AI교육도 추진
창의융합창업단 설치…융합의 공감대 형성으로 시너지 효과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파란 플래카드에 걸린 문구가 눈에 띈다. ‘대학 기술이전수입액 1위.’ 어떤 설명보다 국민대학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이다. 이러한 결과는 그간 국민대가 가꿔온 ‘실용 중심’ 학문의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국 대학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민대는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여러 가지 분야의 몸집을 키우기보다 가장 잘할 수 있는 하나를 선택, 집중하는 전략이었다. 전략은 성공했고, 계속 유효하다.

국민대를 성공적인 산학협력 대학으로 만드는 데 힘쓴 한 사람이 바로 임홍재 총장이다. 실용성을 강조하는 공학도의 성향만큼 평소의 언행에도 군더더기가 없다. 그의 언어에는 미사여구가 없다. 팩트(Fact)를 기반으로, 할 말만 간단히 한다. 간단명료하다. 유려한 말솜씨를 뽐내지 않지만 현장 감각을 갖추고, 디테일에 강하다. 그런 성향이 투영된 것일까. 국민대를 이끌어 갈 임 총장의 청사진에는 화려한 구호 대신 현실성을 높인 디테일이 숨어 있었다.

- 한 해의 막이 올랐다. 새해를 맞이한 소감 한 말씀 부탁한다.
“신년사를 통해서도 말했지만 한 학기를 지내면서 잠을 못 이뤘다. 총장이란 자리가 그런 자리다. 한 학기는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었다. 자율경영을 모토로 삼고 있는데 총장인 내가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배려하고, 상호존중하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올해의 목표라면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다. 교무회의에 참석하는 한 학장이 ‘학교에 오는 일이, 회의에 참석하는 일이 즐겁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뭉클해졌다. 교수들이 행복한 대학, 세상을 행복하게 해주는 인재를 만드는 대학을 만들어 가고 싶다. 함께 가자는 희망으로 새해를 시작했다.”

-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 재정난 등 대학의 미래가 결코 밝지만은 않다.
“급격한 학령인구의 감소, 10여 년간 계속된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 등으로 대학 재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도 다양한 수입원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평생교육원의 실무교육사업 진출 모색, 외국인 유학생과 발전기금 유치,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수주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재정을 확보할 것이다. 무엇보다 특화된 산학협력을 학문 분야에 확산시키고, 차세대 기술 사업화를 통해 실질적인 수익을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 특히 총장이 되고 나서 보니 우리나라 대학의 기부금 현황은 말 그대로 부익부 빈익빈이었다. 주요 대학들은 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기부금을 내고 있으며, 동문들도 많이 동참한다. 역대 총장들도 기부금이나 발전기금을 많이 모집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등록금 사정도 마찬가지다. 현실 가능한 재정확보 방안을 고민하다가 연구를 위한 연구, 기술 지원이 일어나는 연구에 포커스를 맞추게 됐다. 공대 규모는 여타 유명 대학보다는 작지만 국민대는 기술지원연구에 아주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대표적인 것이 기술이전수입 1위를 기록한 사례다.”

- 그 기록이 아주 놀랍다. 어떻게 그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나.
“중요한 포인트는 교수들이 해당 산업에서 중요한 연구를 했고, 기업이 그 기술을 사가면서 국민대 연구의 가치가 더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한 사람이 1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물론 국민대도 처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니다. 잘하는 부분을 찾아 승부를 걸었고, 거기서 성공한 셈이다. 산학협력을 잘하는 대학을 평가하기 위해 대학들을 선정하는 사업이 LINC사업이다. 국민대는 2단계 LINC사업에 간신히 들어왔지만 이후 수도권에서 최우수대학이 됐고, 몇 년 뒤에는 전국에서 1등을 했다. 또한 구성원과 논의해 국민대가 강점을 보이는 분야를 찾았다. 그게 디자인 분야다. 집중적으로 특성화해서 경쟁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 다음 찾은 특성화 분야가 자동차 산업이다. 자동차는 기계학을 기본으로 하는데 우리는 더 들어가 기계학에서도 자동차에 집중해 승부를 걸었다. 미국 GM자동차에서 엔지니어로 몇 년간 일하면서 국내 회사 CEO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GM 재직 당시 보니 대학과 함께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런 모델을 가져와서 우리 대학도 자동차 회사가 엔지니어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기 시작했다. 교육 내용을 협의하고, 교과과정도 만들었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엔지니어 교육을 학부에서 실시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대학에서 자동차를 전공한 학생들의 경쟁력이 자연스레 높아졌다. 이는 해당 학과의 교수들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GM 출신의 교수, 자동차 산업으로 유명한 독일 아헨공대 출신 교수, 미국 자동차 산업을 잘 아는 교수들이 포진해 산학협력을 주도했다.”

- 디자인, 자동차 그 다음 제3의 주력 분야는 무엇이 될지 궁금하다.
“현재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소프트웨어와 헬스케어 분야다. 소프트웨어 선도대학에 선정돼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전임 총장 때 전교생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코딩교육을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교육 배경에는 인문사회계열의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시키면 훨씬 시너지가 있을 거라던 국민대 출신 그래텍 배인식 대표의 의견이 주효했다. 게임과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할 때 인문사회 소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산업계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했다. 우리 대학의 강점이 바로 거기에 있다. 전교생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면서 거부감도 많았지만 그 중에 한 명이라도 대박을 만들어 낼 기회를 갖는 것이다. 나아가 전교생의 AI교육도 준비하고 있다. AI는 이공계 학생만이 하는 학문이 아니다. AI에 대한 개념을 인문사회 학생들이 이해만 한다면 굉장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도 바이오산업이 큰 바탕이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가 잘할 수 있는 헬스케어 분야에 집중했다. 기존의 발효융합학과에서 출발했지만 헬스케어에 주목해 발모제, 샴푸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했다. 학교기업을 키워 상장도 했고, 신약개발에 우수한 스타급 교수를 영입했다. 지금은 바이오 분야를 그룹핑(Grouping)하면서 임상생명, 화학, 발효융합 등의 학문을 묶어 하나의 클러스터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

- 최근 독일 기업 인수로 화제가 됐던 배달의 민족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가 국민대 동문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언급한 벤처의 상징 배인식 대표도 국민대 출신이다. 국민대 창업 풍토에 대해 설명해 달라.
“창업은 ‘기업가 정신’에서 시작된다. 기업가 정신 고취를 위해 우리 대학은 다양한 강좌와 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매년 연 인원 7000여명이 창업 관련 정규강좌를 이수하고 있다. 학교의 구성원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제도와 규정을 마련했다. 총장 직속 창업지원단을 설치해, 학업과 창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창업대체학점인정제도와 창업휴학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교원창업겸직제도 등의 창업친화적 인사제도를 갖춰 창업에 대한 학교의 의지를 선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자립해서 벤처캐피탈 자금 지원을 받을 정도로 성장할 때까지 전 과정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창업보육 인프라 구축과 창업자금 지원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도 교내·외에 창업보육센터, 대학로창업카페, 글로벌스케일업센터 등을 운영하면서 앞으로 더 확대할 계획이다. 외부 투자를 받는 기회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K-스케일업 Seed 투자 프로그램‘을 개최해 창업자들의 투자 유치를 지원하고 외부 투자자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 국민대가 아주 적절한 발전전략을 체득한 것으로 보인다. 메가트랜드를 따라가기보다 한 산업분야의 강점을 키우는 방식, 이런 성공스토리가 눈으로 보이면 변화와 혁신에 대한 구성원의 저항은 크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 변화와 혁신이 스스로 일어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대학에 창의융합창업단이 있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재미난 일이 생겼다. 패션계 학과와 이공계 교수를 모이게 했더니 옷의 디자인에만 집중하던 사람들이 3D 프린팅으로 의상을 만들어 내거나, 의상과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를 결합하는 등 사고의 전환이 이뤄졌다. 전혀 다른 분야의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하고, 접목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융합의 공감대가 이뤄지면서 자연스레 융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어느 대학이든 각자도생으로 살아간다. 잘하는 사람은 혼자 잘해서 치고 나가고, 포기하거나 못하는 사람은 도태된다. 국민대는 여러 가지 가시적인 성공모델이 만들어지고 공유를 하다 보니 구성원이 스스로 움직이고 함께 나아가려고 한다. 여기서 착안한 것이 (가칭)샌드위치 미팅이다. 각자 다른 전공을 가진 교수들이 모여 스스럼없이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 보려고 한다.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교수들이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다 보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겠나.”

- 역시 취임사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다짐했다. 올해 계획한 변화와 혁신 모델이 있다면.
“자유로운 학문공동체라는 대학 본연의 가치가 축소되고 4차 산업혁명의 사회변화, 기술변화 등 대내외적인 위기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 단과대학이 대학본부와의 협의를 통해 스스로 교육과 연구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예산 운영이나 인적자원 배치 등 다양한 방면에서 더 큰 자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 단과대학 자율경영을 계획했다. 또한, 연구업적이 탁월한 우수 교원을 선발·지원하고 특성화된 산학협력과 창업을 더 발전시키려 한다.”

- 최근 공대 출신 총장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공대 총장 출신으로 이 같은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
“고려대와 성균관대, 인하대 등 공대 출신 총장들이 많다. 급변하는 시대,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이공계 경험이 트렌드를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미션이 총장들에게 주어졌다고 본다. 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 현실적으로 실용적으로 접목하는 강점이 있다.”

- 소통이 중요한 시대이기도 하다. 교수나 학생, 직원 등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나.
“소통이란 서로의 생각이 막히지 않고 잘 통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나. 전제는 관계의 문제다. 기울어진 관계에서는 어느 한 쪽이 반드시 불편하고 힘들어진다. 균형 있는 관계가 이뤄져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 본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현장에 있다’고 항상 생각한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거기서 해답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교수들과는 단과대학별 조찬 간담회 형식을 통해, 직원들과는 직급별 연수를 비롯해 각종 행사 시 간담회 등의 형식으로, 학생들과는 셔틀버스 동행이나 주기적인 학생회 간담회를 진행한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교무위원회는 물론 학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옴부즈만 제도, 각종 설문조사 등에 관심을 기울여 놓친 부분을 보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고등교육의 현안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대학들은 또 다시 2021진단을 준비해야 한다. 이미 보고서 준비에 들어간 대학도 있다. 3주기 평가는 어떻게 대비할 생각인가.
“일단 2주기 평가에 비해 3주기 평가는 강사법 시행과 관련한 사항을 평가지표로 반영했다는 차이가 있다. 강사 강의 축소를 평가에 반영한 것이다. 비전임교원 담당학점 대비 강사 담당학점 비율도 달라졌다. 일부 정량지표 만점 기준이 크게 상향돼 등록금 동결 상황에서 대학과 법인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라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대학혁신지원사업과의 연계를 통한 수업과 교육과정 운영, 학생 지원 정성 실적에 대한 성과 축적과 고도화를 위해 대학의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등록금 동결 상황에서 장기적 관점에서의 자원배분을 위한 평가지표별 전담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전향적 조직·업무·인사 재배치 및 차세대통합시스템 구축으로 전사적 자원관리를 체계적으로 실현해 평가에 대응하려 한다.”

- 등록금 이슈가 뜨겁다. 등록금 정책에 대한 의견을 부탁한다.
“등록금은 10년 이상 동결돼 사실상 그간 물가상승 등을 감안하면 대학 수익은 계속 감소해온 셈이다. 정치권은 국가경쟁력은 개인의 경쟁력이고, 미래 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책임이라는 거시적 안목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매해 대학 국제 경쟁력은 추락하고 있으며 우리의 경제 능력에 걸맞은 대학 경쟁력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이라는 기본을 생각할 때다. 보다 양질의 교육을 받겠다는 교육 수요자들에 대해 수익자 부담의 원칙이 필요하다. 그래야 대학은 서민들의 평준화 교육, 해외 유수 대학의 유학은 높은 경제계층의 소유라는 파행적이고 사회 분열적인 병리 현상을 막을 수 있다. 결과적으론 우리 교육의 자생력을 높이고, 우수한 교수와 학생의 지속적인 확보가 가능해진다.”

- 마지막으로 구성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학의 구성원 모두가 서로 간의 믿음을 바탕으로 서로를 향한 존중과 공감에 기반해 소통할 수 있는 대학이 되길 바란다. 늘 느끼지만 나의 능력으로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있어 가능했다.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우수한 인재를 배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노력할 것이다. 4년 뒤 은퇴할 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임홍재 총장은...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대학원에서 기계설계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아이오와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미국 GM 자동차 엔지니어로 근무했고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기술자문위원, 대한기계학회 부회장, 삼성테크윈 중앙연구소 연구개발 기술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1992년 국민대 교수로 부임해 기계설계학과장, 교무처장, 대학원장, 부총장직을 지냈다. 2019년 9월 제12대 국민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본지 최용섭 발행인(왼쪽)이 임홍재 총장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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