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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경상대학

국민인! 국민인!!

박두진 문학상에 시인 신대철씨 / 국어국문학과 교수

  • 06.11.20 / 조영문

출처 [서울신문 2006-11-18 09:21]

청록파 시인 혜산 박두진문학제운영위원회(위원장 조남철)는 ‘제1회 혜산 박두진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신대철(61·국민대 교수)씨를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시상식은 25일이며, 상금 1000만원이 수여된다.




1977년

2000년

2005년



무인도를 위하여 (1977년)

개나리꽃이 피지 않는 걸 보고 봄을 기다린다.
언 귀를 비빈다.
살아 남아야지,
개나리꽃이 피지 않는 걸 보고 봄을 기다린다.
할말은 미리미리 삼키고
생수를 마신다.
바닥난 하늘을 본다.
흐림.
함박눈이 내리려나?
꼬리를 감춘 사람들이 얼핏 온화해 보인다.

1974년, 무죄?
제 죄명을 모르시다니요?
제 땅에 악착같이 살아 있잖아요?
제 땅에서 죽으려는, 죽을 죄를 졌잖아요?
무슨 소릴, 제 땅이라니? 이 땅은 공동 소유야. 넌 무죄야, 죄가 없어.
정말 죄가 없어요?
그렇다면 이 고마움 저 혼자 가져도 좋을까요?

무인도를 위하여
바닷물이 스르르 흘러 들어와
나를 몇 개의 섬으로 만든다.
가라앉혀라,
내게 와 죄짓지 않고 마을을 이룬 자들도
이유 없이 뿔뿔이 떠나가거든
시커먼 삼각 파도를 치고
수평선 하나 걸리지 않게 흘러가거라,
흘러가거라, 모든 섬에서
막배가 끊어진다

극야 -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 1 (2000년)

서울이나 평양에서 오지 않고
사우스 코리아나 노스 코리아에서 오지 않고
우리가 어린 시절 맨 처음 구릉에 올라 마주친 달빛을 눈에 가슴에 다리에 받아와 꿈을 뒤척이던 그 금강 그 개마고원에서 온 날은 구름에 살얼음이 잡히고 광륜을 단 두 개의 달이 마주 떠 얼음 안개 속을 스치는 화살 다리를 비추고 있었던가요.

화살 다리* 그 아래
낮은 판잣집 지붕 밑에서 에스키모들은
술과 마약과 달러와 민주주의에 취해 잠들어 있었고
우리는 빙평선을 사이에 두고 무엇을 찾으려 했던가요.

그날 나도 모르게 다가가 어디서 오셨느냐고 묻자 당신은 '개마고원요' 하고 얼어 있는 나와 갑자기 내 뒤에서 저절로 맞춰진 우리의 환한 얼굴까지 함께 보았지요. 그때 나는 비로소 우리가 서로 幻月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잠시 한 얼굴로 극광을 보면서 광륜을 단 두개의 달을 굴려 극야에서 주야로, 다시 백야를 향해 가고 싶었던가요.

극야를 넘어 67일째, 마침내
15분 간 떠 있던
금강에서 개마고원에서 동시에 떠오른 해.

그대가 누구인지 몰라도 그대를 사랑한다 - 백야 1(2000년)

합대나무골 산비탈에 불을 질러 밭 일구고 길 내고 하 늘 내고 그 길에서 그 하늘에 이름없는 별자리 만들어 가슴에 새기고 별빛을 찾아 메아리 잦아드는 골을 드나 들었다. 밤안이, 음달뜸, 점심골, 시우정골, 그 사이 접 경은 잡풀과 사람이 뒤엉켜 살고 있었고 어둠 속에 반짝 이는 것은 날수록 더 낮게 나는 반닷불뿐, 그 불빛으로 나무와사람과새를 한 덩어리로 읽고 그 불빛으로 시와 시인의 거리를 비춰보고 나를 거부하고

그 불빛 놓치자
북극권 접어드는 동안
내 별자리는 북극성과 북두칠성을 향해 사라진다.

길 없는 길에는 백야,

[안성시] 청록집 발간 60주년, 혜산(兮山) 박두진 시인 문학제 열려
[연합뉴스 보도자료 2006-11-16 16:25]


- 11월 20일부터 25일까지 6일간 안성에서 -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안성지부가 주최하고 안성시가 후원하는 혜산 박두진 문학제가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6일간 안성 문예회관을 비롯한 시내 일원에서 열린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안성지부는 이 기간을 "혜산 박두진 기념주간"으로 정하고 안성시립도서관과 안성문예회관, 박두진문학연구소, 박두진문학자료실 등에서 사진전과 시화전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기념주간 첫날인 20일에는 안성문예회관 전시실에서 혜산 박두진의 기념사진 35점과 시화 20여점이 25일까지 전시되고, 25일 오후 3시에는 안성문예회관 공연장에서 혜산문학제의 메인 행사인 제1회 혜산문학상 시상과 강연, 혜산시 낭송, 가곡연주 등이 있을 예정이다.

또, 지난 6월15일부터 10월말까지 공모한 혜산 박두진 전국백일장 입상자에 대한 시상도 25일 개최되는 제6회 혜산문학제에서 수여하게 된다.

지난해에 이어 열리는 혜산문학 탐방투어는 25일, 오후 3시 서울지하철 2호선 교대역 14번 출구에서 관광버스 3대로 출발해 경부고속도로→ 안성문예회관→ 혜산문학제 참석→ 문화인물 기념비→ 혜산시비 및 자료실 탐방→ 귀경하는 코스로 운영할 계획이다.


박두진 시인은 박목월, 조지훈 등과 함께 청록파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현대 문학사에 큰 업적과 자연 속에 인간의 심성을 담은 시와 자연 친화와 사랑을 신앙으로 승화시킨 한국의 큰 시인이다.

혜산 선생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1946년 발간한 청록집을 비롯, 거미의 성좌, 인간밀림, 하얀 날개, 고산식물, 사도행전, 서한체, 수석연가, 에레미아의 노래, 그래도 해는 뜬다, 일어서는 바다, 불사조의 노래, 박두진 문학전집 등이 있다.

박 시인은 1956년 제4회 아시아 자유문학상과 70년 3·1문화상, 76년 예술원상, 88년 인촌상, 89년 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1998년 작고하기 전까지 자연과 기독교적 부활사상을 바탕으로 한 1천여편의 주옥같은 시를 남겼다.

제목 박두진 문학상에 시인 신대철씨 / 국어국문학과 교수 작성자 조영문
작성일 06.11.20 조회수 21251
첨부파일 구분 학부공지

출처 [서울신문 2006-11-18 09:21]

청록파 시인 혜산 박두진문학제운영위원회(위원장 조남철)는 ‘제1회 혜산 박두진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신대철(61·국민대 교수)씨를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시상식은 25일이며, 상금 1000만원이 수여된다.




1977년

2000년

2005년



무인도를 위하여 (1977년)

개나리꽃이 피지 않는 걸 보고 봄을 기다린다.
언 귀를 비빈다.
살아 남아야지,
개나리꽃이 피지 않는 걸 보고 봄을 기다린다.
할말은 미리미리 삼키고
생수를 마신다.
바닥난 하늘을 본다.
흐림.
함박눈이 내리려나?
꼬리를 감춘 사람들이 얼핏 온화해 보인다.

1974년, 무죄?
제 죄명을 모르시다니요?
제 땅에 악착같이 살아 있잖아요?
제 땅에서 죽으려는, 죽을 죄를 졌잖아요?
무슨 소릴, 제 땅이라니? 이 땅은 공동 소유야. 넌 무죄야, 죄가 없어.
정말 죄가 없어요?
그렇다면 이 고마움 저 혼자 가져도 좋을까요?

무인도를 위하여
바닷물이 스르르 흘러 들어와
나를 몇 개의 섬으로 만든다.
가라앉혀라,
내게 와 죄짓지 않고 마을을 이룬 자들도
이유 없이 뿔뿔이 떠나가거든
시커먼 삼각 파도를 치고
수평선 하나 걸리지 않게 흘러가거라,
흘러가거라, 모든 섬에서
막배가 끊어진다

극야 - 개마고원에서 온 친구에게 1 (2000년)

서울이나 평양에서 오지 않고
사우스 코리아나 노스 코리아에서 오지 않고
우리가 어린 시절 맨 처음 구릉에 올라 마주친 달빛을 눈에 가슴에 다리에 받아와 꿈을 뒤척이던 그 금강 그 개마고원에서 온 날은 구름에 살얼음이 잡히고 광륜을 단 두 개의 달이 마주 떠 얼음 안개 속을 스치는 화살 다리를 비추고 있었던가요.

화살 다리* 그 아래
낮은 판잣집 지붕 밑에서 에스키모들은
술과 마약과 달러와 민주주의에 취해 잠들어 있었고
우리는 빙평선을 사이에 두고 무엇을 찾으려 했던가요.

그날 나도 모르게 다가가 어디서 오셨느냐고 묻자 당신은 '개마고원요' 하고 얼어 있는 나와 갑자기 내 뒤에서 저절로 맞춰진 우리의 환한 얼굴까지 함께 보았지요. 그때 나는 비로소 우리가 서로 幻月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잠시 한 얼굴로 극광을 보면서 광륜을 단 두개의 달을 굴려 극야에서 주야로, 다시 백야를 향해 가고 싶었던가요.

극야를 넘어 67일째, 마침내
15분 간 떠 있던
금강에서 개마고원에서 동시에 떠오른 해.

그대가 누구인지 몰라도 그대를 사랑한다 - 백야 1(2000년)

합대나무골 산비탈에 불을 질러 밭 일구고 길 내고 하 늘 내고 그 길에서 그 하늘에 이름없는 별자리 만들어 가슴에 새기고 별빛을 찾아 메아리 잦아드는 골을 드나 들었다. 밤안이, 음달뜸, 점심골, 시우정골, 그 사이 접 경은 잡풀과 사람이 뒤엉켜 살고 있었고 어둠 속에 반짝 이는 것은 날수록 더 낮게 나는 반닷불뿐, 그 불빛으로 나무와사람과새를 한 덩어리로 읽고 그 불빛으로 시와 시인의 거리를 비춰보고 나를 거부하고

그 불빛 놓치자
북극권 접어드는 동안
내 별자리는 북극성과 북두칠성을 향해 사라진다.

길 없는 길에는 백야,

[안성시] 청록집 발간 60주년, 혜산(兮山) 박두진 시인 문학제 열려
[연합뉴스 보도자료 2006-11-16 16:25]


- 11월 20일부터 25일까지 6일간 안성에서 -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안성지부가 주최하고 안성시가 후원하는 혜산 박두진 문학제가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6일간 안성 문예회관을 비롯한 시내 일원에서 열린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안성지부는 이 기간을 "혜산 박두진 기념주간"으로 정하고 안성시립도서관과 안성문예회관, 박두진문학연구소, 박두진문학자료실 등에서 사진전과 시화전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기념주간 첫날인 20일에는 안성문예회관 전시실에서 혜산 박두진의 기념사진 35점과 시화 20여점이 25일까지 전시되고, 25일 오후 3시에는 안성문예회관 공연장에서 혜산문학제의 메인 행사인 제1회 혜산문학상 시상과 강연, 혜산시 낭송, 가곡연주 등이 있을 예정이다.

또, 지난 6월15일부터 10월말까지 공모한 혜산 박두진 전국백일장 입상자에 대한 시상도 25일 개최되는 제6회 혜산문학제에서 수여하게 된다.

지난해에 이어 열리는 혜산문학 탐방투어는 25일, 오후 3시 서울지하철 2호선 교대역 14번 출구에서 관광버스 3대로 출발해 경부고속도로→ 안성문예회관→ 혜산문학제 참석→ 문화인물 기념비→ 혜산시비 및 자료실 탐방→ 귀경하는 코스로 운영할 계획이다.


박두진 시인은 박목월, 조지훈 등과 함께 청록파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현대 문학사에 큰 업적과 자연 속에 인간의 심성을 담은 시와 자연 친화와 사랑을 신앙으로 승화시킨 한국의 큰 시인이다.

혜산 선생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1946년 발간한 청록집을 비롯, 거미의 성좌, 인간밀림, 하얀 날개, 고산식물, 사도행전, 서한체, 수석연가, 에레미아의 노래, 그래도 해는 뜬다, 일어서는 바다, 불사조의 노래, 박두진 문학전집 등이 있다.

박 시인은 1956년 제4회 아시아 자유문학상과 70년 3·1문화상, 76년 예술원상, 88년 인촌상, 89년 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1998년 작고하기 전까지 자연과 기독교적 부활사상을 바탕으로 한 1천여편의 주옥같은 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