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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준의 미디어 비평] 전통매체의 힘 '의제설정' / 손영준 언론정보학부 교수

  • 06.09.13 / 조영문

의제설정(Agenda Setting)은 언론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이다. 언론은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 중에서 몇몇 이슈를 집중적으로 주목하고, 나머지는 세상에 알리지 않는다. 인력과 재정 그리고 지면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언론의 이런 의제설정은 사람들이 세상을 인식하는 기본 전제가 된다.

미국의 맥스웰 맥콤스와 도날드 쇼가 1972년 이론화한 의제설정의 핵심 논지는 사람들이 언론에서 제기된 이슈를 중심으로 세상을 인식한다는 데 있다.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는 이슈는 사람들의 생각 자체에서 배제된다. 언론에서 제기하지 않는 이슈들은 존재 자체가 알려지지 않는다.

사람들의 인식 바깥에 놓인다. 언론의 의제설정은 사람들의 생각 자체를 형성하는 기본 소재가 된다. 북한의 미사일은 의제가 되고, 인권 문제는 그렇지 못한 것은, 전자에 대해서는 언론의 의제설정이 이어지고, 후자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신문과 방송 등 전통 매체의 위기감이 깊어가고 있다. 종사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어느덧 만성적인 것이 되었다. 앞으로 수백 개의 텔레비전 채널이 더 등장하게 되면 수용자들은 파편화해, 개개인이 각자 다른 사회적 의제를 갖게 될 것이라는 극단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과연 그렇게 될까? 다채널 다매체 환경에서 전통 언론매체가 가지는 의제설정 기능은 끝나게 될까?

필자는 전통 매체의 의제설정 기능은 당분간 더 강화할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첫째, 새 매체들은 대체로 새로운 정보 생산력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다매체 다채널화로 공급이 늘면 새로운 수요가 어느 정도 창출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통 매체의 의제설정 파워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검증되지 않은 것이다. 오늘날 온라인 매체상의 의제들은 대부분 전통 매체에서 제기한 것들이다.

어떻게 보면 전통 매체의 의제설정 기능은 역설적으로 온라인상에서 더 강화하고 있다.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자체 정보들이 일부 생산되기는 하지만, 이용자가 소수이거나 전통 매체에 비해 정보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온라인상에서의 관심은 종이신문에 비해 파편화하기보다는 더욱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제임스 해밀턴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 상위 5대 종이신문의 발행부수는 전체 100대 신문 가운데 21.5%에 그치지만, 상위 5대 언론사 홈페이지 방문횟수는 100대 홈페이지 중 41.4%에 달한다.

둘째, 언론계 내부에 존재하는 언론간 의제설정(Inter-Media Agenda Setting) 고리이다. 언론계 안에는 수평적 또는 위계적 영향력 관계가 존재한다. 취재력이 약한 언론은 유력 언론사나 통신사의 의제설정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AP 통신, 3대 공중파 방송은 미국 전체 언론계의 의제를 설정하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이다. 경쟁 매체와 의제설정이 다를 경우, 세상에서 어떻게 평가 받을 것인지에 대해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새 매체에서 몇 번에 걸쳐 새로운 소식을 전할 수는 있겠지만, 지나고 보면 대개 전통 매체가 설정하는 의제를 답습하는 것이 대체적인 추세이다. 유력 언론은 경쟁 매체의 동향에 민감하고 신생 매체는 기존 전통 매체의 동향에, 최소한 의제설정 면에서는, 종속적 일 수밖에 없는 관행이 언론계 내부에는 존재하고 있다.

언론계를 떠나거나 떠나려는 젊은 언론인이 늘고 있다. 특히 신문쪽이 심하다.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신문 산업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몸 담고 있는 신문사가 불안하기 때문인지는 구분해야 한다.

신문의 물적 기반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신문사별 매출액은 상위 3사가 각각 3,000억원대, 그리고 나머지 회사는 1,000억원 미만이었다. 하락세가 언제쯤 그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것 또한 신문 자체의 미래가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 신문에 형성된 거품이 꺼지는 과정인지 쉽게 판단하기 이르다.

그러나 기억하시라. 인터넷이나 뉴미디어 환경에서도 전통 매체의 의제설정 파워는 적어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전통 매체의 콘텐츠 질을 어떻게 높이고, 그것을 어떻게 비즈니스로 연결시킬지, 이 두 문제의 해법을 찾는 언론사가 결국에는 살아남을 것이다.


언론정보학부 교수

[한국일보 2006-09-12 18:18]

제목 [손영준의 미디어 비평] 전통매체의 힘 '의제설정' / 손영준 언론정보학부 교수 작성자 조영문
작성일 06.09.13 조회수 18799
첨부파일 구분 학부공지

의제설정(Agenda Setting)은 언론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이다. 언론은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 중에서 몇몇 이슈를 집중적으로 주목하고, 나머지는 세상에 알리지 않는다. 인력과 재정 그리고 지면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언론의 이런 의제설정은 사람들이 세상을 인식하는 기본 전제가 된다.

미국의 맥스웰 맥콤스와 도날드 쇼가 1972년 이론화한 의제설정의 핵심 논지는 사람들이 언론에서 제기된 이슈를 중심으로 세상을 인식한다는 데 있다.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는 이슈는 사람들의 생각 자체에서 배제된다. 언론에서 제기하지 않는 이슈들은 존재 자체가 알려지지 않는다.

사람들의 인식 바깥에 놓인다. 언론의 의제설정은 사람들의 생각 자체를 형성하는 기본 소재가 된다. 북한의 미사일은 의제가 되고, 인권 문제는 그렇지 못한 것은, 전자에 대해서는 언론의 의제설정이 이어지고, 후자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신문과 방송 등 전통 매체의 위기감이 깊어가고 있다. 종사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어느덧 만성적인 것이 되었다. 앞으로 수백 개의 텔레비전 채널이 더 등장하게 되면 수용자들은 파편화해, 개개인이 각자 다른 사회적 의제를 갖게 될 것이라는 극단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과연 그렇게 될까? 다채널 다매체 환경에서 전통 언론매체가 가지는 의제설정 기능은 끝나게 될까?

필자는 전통 매체의 의제설정 기능은 당분간 더 강화할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첫째, 새 매체들은 대체로 새로운 정보 생산력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다매체 다채널화로 공급이 늘면 새로운 수요가 어느 정도 창출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통 매체의 의제설정 파워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검증되지 않은 것이다. 오늘날 온라인 매체상의 의제들은 대부분 전통 매체에서 제기한 것들이다.

어떻게 보면 전통 매체의 의제설정 기능은 역설적으로 온라인상에서 더 강화하고 있다. 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자체 정보들이 일부 생산되기는 하지만, 이용자가 소수이거나 전통 매체에 비해 정보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온라인상에서의 관심은 종이신문에 비해 파편화하기보다는 더욱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제임스 해밀턴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 상위 5대 종이신문의 발행부수는 전체 100대 신문 가운데 21.5%에 그치지만, 상위 5대 언론사 홈페이지 방문횟수는 100대 홈페이지 중 41.4%에 달한다.

둘째, 언론계 내부에 존재하는 언론간 의제설정(Inter-Media Agenda Setting) 고리이다. 언론계 안에는 수평적 또는 위계적 영향력 관계가 존재한다. 취재력이 약한 언론은 유력 언론사나 통신사의 의제설정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AP 통신, 3대 공중파 방송은 미국 전체 언론계의 의제를 설정하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이다. 경쟁 매체와 의제설정이 다를 경우, 세상에서 어떻게 평가 받을 것인지에 대해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새 매체에서 몇 번에 걸쳐 새로운 소식을 전할 수는 있겠지만, 지나고 보면 대개 전통 매체가 설정하는 의제를 답습하는 것이 대체적인 추세이다. 유력 언론은 경쟁 매체의 동향에 민감하고 신생 매체는 기존 전통 매체의 동향에, 최소한 의제설정 면에서는, 종속적 일 수밖에 없는 관행이 언론계 내부에는 존재하고 있다.

언론계를 떠나거나 떠나려는 젊은 언론인이 늘고 있다. 특히 신문쪽이 심하다.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신문 산업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몸 담고 있는 신문사가 불안하기 때문인지는 구분해야 한다.

신문의 물적 기반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신문사별 매출액은 상위 3사가 각각 3,000억원대, 그리고 나머지 회사는 1,000억원 미만이었다. 하락세가 언제쯤 그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것 또한 신문 자체의 미래가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 신문에 형성된 거품이 꺼지는 과정인지 쉽게 판단하기 이르다.

그러나 기억하시라. 인터넷이나 뉴미디어 환경에서도 전통 매체의 의제설정 파워는 적어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전통 매체의 콘텐츠 질을 어떻게 높이고, 그것을 어떻게 비즈니스로 연결시킬지, 이 두 문제의 해법을 찾는 언론사가 결국에는 살아남을 것이다.


언론정보학부 교수

[한국일보 2006-09-12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