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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대학원 베트남 유학생 금융게릴라로 베트남 경제에 투입

  • 07.02.06 / 조영문
'머니 한류' 원류시대… [中] 한국版 론스타를 꿈꾼다
론스타에 비싼 수업료내고 배운 기법이 밑거름 현지 정부·기업 금융컨설팅 해주며 신뢰 쌓아


베트남은 원화(貨) 자금을 들고 해외공략에 나선 ‘원류(Won流)의 전사’들이 첫 번째 결전지로 선택한 전장(戰場)이다. 지난해 ‘펀딩 인 코리아’(한국에서 조달) 자금의 베트남 투자액은 27억달러(약 2조5000억원). 2위 홍콩(11억달러)과 3위 일본(10억달러)의 투자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작년 12월 15일, 이상준(48) 골든브릿지금융그룹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의 한 호텔에 있었다. 국내에서 200억원을 모아 들어간 베트남 사모펀드(PEF·소수 투자자가 출자해 만든 펀드) 출시 기념식. 베트남 증권위원회 부위원장 등 200여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베트남 입성식(入城式)을 마친 이 회장의 입에서 의외의 단어가 튀어 나온다.

“우리가 한발 앞서 투자했지만, 곧 미국 자금도 쏟아져 들어옵니다.
진짜 ‘제국주의자’들과 한판 붙을 때가 됐죠.”


미국 자본을 ‘제국주의’로 표현하는 그는 운동권 출신이다. 서울대 공대 시절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용접공으로 위장취업을 하면서 노동판을 맴돌아 졸업하는 데 18년이 걸렸다.



◆론스타가 만들어낸 원류의 전사=이 회장을 비롯한 ‘원류의 전사’들을 만든 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IMF 사태였다. IMF 쇼크 직후 미국계 론스타펀드는 수조원대의 한국 부실채권을 사들여 엄청난 차익을 거뒀다. 하지만 한국 금융사들은 수수방관이었다. 부실채권에 투자하는 금융기법 자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실력 차 때문에, 결국 한국 금융은 엄청난 수업료를 치렀다.

이 수업료를 지불하고 태어난 것이 ‘원류의 전사’들이다. 예컨대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은 외국계 자본에 넘어간 서울 시내 빌딩에서 식사를 할 땐 “우리가 외국에서 돈을 벌어와 이 빌딩 꼭 다시 사온다”는 말을 한다. 그는 요즘 한 달의 태반을 인도·중국 등에 머물며 해외진출에 ‘올인’하고 있다.

이상준 회장도 그때 탄생한 전사 중 한 사람이다. “(론스타가) 가격을 후려쳐 사가는 걸 보고 있는데 배가 아파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내가 ‘한국판 론스타’가 되겠다고 생각했지요. 2000년부터 그들의 방식을 따라 부실채권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는 골든브릿지그룹이 체계가 잡히자 곧바로 해외진출을 결정했다. “돈이 필요한 개발도상국에 론스타와 차원이 다른,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국에서 모은 자금을 베트남에 투자, ‘원류(Won流)’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이상준 골든브릿지금융그룹 회장(가운데)과 베트남 현지법인 직원들. 이 회장은 현지화 경영 원칙에 따라 현지 직원을 최대한 채용하고 있다. /브릿지증권 제공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문구상 베트남 골든브릿지 현지법인장은 요즘 베트남의 물류회사인 비나프코(VINAFCO)와의 협상 때문에 정신이 없다. 비나프코는 2대의 작은 컨테이너선으로 연안 무역을 하고 있는 회사다. 더 크게 하고 싶지만 돈이 없어 배를 살 수 없고 컨테이너를 옮겨 싣는 기술도 부족하다.

문 법인장은 “배를 살 돈과 함께, 한국 선박회사들과 계약을 맺고 물류의 선진기술을 전수토록 하는 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 계약이 성사되면 베트남 기업이 한국 금융·기술의 도움으로 중국 회사에 잠식당한 연안무역을 되찾아 올 수 있게 된다.

골든브릿지는 또 베트남 상공회의소와 함께 베트남 기업들의 금융전략을 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 관리가 아예 금융 관련 법규 개정까지 믿고 컨설팅할 정도가 됐다.

외국 기업이 현지 정부와 함께 제도를 짜고, 이 제도를 바탕으로 금융·산업자본이 함께 진출하는 모델은 이 회장이 말하는 ‘제국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싸우면서 닮는다’는 지적을 이 회장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는 “그렇지만 우리는 인간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아니, 인간의 얼굴을 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의 브릿지증권 본사 건물에는 베트남 대사관의 노무관·상무관 사무실이 들어와 있다. 이 회장은 “본사 빌딩을 아예 베트남 빌딩으로 만들어 버릴 계획”이라고 말한다.“우리가 미국·영국 자본과 다른 점은 이런 정(情)이 있다는 것입니다. 절대 ‘먹튀’(이익만 먹고 떠나가는 것)는 안 한다는 인식을 줘야 합니다. 제국주의 자본과 돈으로 싸우면 지고, 마음을 얻어야 이길 수 있습니다.

이 회장의 철학은 명확하다. 돈은 우리가 대지만, 경영은 현지인이 한다는 것.

베트남 명문 하노이대학 출신 4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국민대에서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시켜주기도 했다.

이 4명은 “(제국주의에 맞선) 금융 게릴라로 베트남에 투입된다”고 이 회장은 전했다. 앞으로도 매년 학생들을 선발해 MBA과정을 마치게 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요즘 밖에 나가 ‘죽도록 일할’ 사람들을 뽑고 있다고 했다. “나이는 45세 이상, 1980~90년대 발로 세계를 누비면서 시장을 개척했던 사람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종합상사의 영광을 증권사가 꼭 되찾아 올 겁니다.”
제목 경영대학원 베트남 유학생 금융게릴라로 베트남 경제에 투입 작성자 조영문
작성일 07.02.06 조회수 8643
첨부파일 구분 학부공지
'머니 한류' 원류시대… [中] 한국版 론스타를 꿈꾼다
론스타에 비싼 수업료내고 배운 기법이 밑거름 현지 정부·기업 금융컨설팅 해주며 신뢰 쌓아


베트남은 원화(貨) 자금을 들고 해외공략에 나선 ‘원류(Won流)의 전사’들이 첫 번째 결전지로 선택한 전장(戰場)이다. 지난해 ‘펀딩 인 코리아’(한국에서 조달) 자금의 베트남 투자액은 27억달러(약 2조5000억원). 2위 홍콩(11억달러)과 3위 일본(10억달러)의 투자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작년 12월 15일, 이상준(48) 골든브릿지금융그룹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의 한 호텔에 있었다. 국내에서 200억원을 모아 들어간 베트남 사모펀드(PEF·소수 투자자가 출자해 만든 펀드) 출시 기념식. 베트남 증권위원회 부위원장 등 200여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베트남 입성식(入城式)을 마친 이 회장의 입에서 의외의 단어가 튀어 나온다.

“우리가 한발 앞서 투자했지만, 곧 미국 자금도 쏟아져 들어옵니다.
진짜 ‘제국주의자’들과 한판 붙을 때가 됐죠.”


미국 자본을 ‘제국주의’로 표현하는 그는 운동권 출신이다. 서울대 공대 시절 노동운동에 뛰어들어 용접공으로 위장취업을 하면서 노동판을 맴돌아 졸업하는 데 18년이 걸렸다.



◆론스타가 만들어낸 원류의 전사=이 회장을 비롯한 ‘원류의 전사’들을 만든 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IMF 사태였다. IMF 쇼크 직후 미국계 론스타펀드는 수조원대의 한국 부실채권을 사들여 엄청난 차익을 거뒀다. 하지만 한국 금융사들은 수수방관이었다. 부실채권에 투자하는 금융기법 자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실력 차 때문에, 결국 한국 금융은 엄청난 수업료를 치렀다.

이 수업료를 지불하고 태어난 것이 ‘원류의 전사’들이다. 예컨대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은 외국계 자본에 넘어간 서울 시내 빌딩에서 식사를 할 땐 “우리가 외국에서 돈을 벌어와 이 빌딩 꼭 다시 사온다”는 말을 한다. 그는 요즘 한 달의 태반을 인도·중국 등에 머물며 해외진출에 ‘올인’하고 있다.

이상준 회장도 그때 탄생한 전사 중 한 사람이다. “(론스타가) 가격을 후려쳐 사가는 걸 보고 있는데 배가 아파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내가 ‘한국판 론스타’가 되겠다고 생각했지요. 2000년부터 그들의 방식을 따라 부실채권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는 골든브릿지그룹이 체계가 잡히자 곧바로 해외진출을 결정했다. “돈이 필요한 개발도상국에 론스타와 차원이 다른,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국에서 모은 자금을 베트남에 투자, ‘원류(Won流)’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이상준 골든브릿지금융그룹 회장(가운데)과 베트남 현지법인 직원들. 이 회장은 현지화 경영 원칙에 따라 현지 직원을 최대한 채용하고 있다. /브릿지증권 제공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문구상 베트남 골든브릿지 현지법인장은 요즘 베트남의 물류회사인 비나프코(VINAFCO)와의 협상 때문에 정신이 없다. 비나프코는 2대의 작은 컨테이너선으로 연안 무역을 하고 있는 회사다. 더 크게 하고 싶지만 돈이 없어 배를 살 수 없고 컨테이너를 옮겨 싣는 기술도 부족하다.

문 법인장은 “배를 살 돈과 함께, 한국 선박회사들과 계약을 맺고 물류의 선진기술을 전수토록 하는 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 계약이 성사되면 베트남 기업이 한국 금융·기술의 도움으로 중국 회사에 잠식당한 연안무역을 되찾아 올 수 있게 된다.

골든브릿지는 또 베트남 상공회의소와 함께 베트남 기업들의 금융전략을 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 관리가 아예 금융 관련 법규 개정까지 믿고 컨설팅할 정도가 됐다.

외국 기업이 현지 정부와 함께 제도를 짜고, 이 제도를 바탕으로 금융·산업자본이 함께 진출하는 모델은 이 회장이 말하는 ‘제국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싸우면서 닮는다’는 지적을 이 회장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는 “그렇지만 우리는 인간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아니, 인간의 얼굴을 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의 브릿지증권 본사 건물에는 베트남 대사관의 노무관·상무관 사무실이 들어와 있다. 이 회장은 “본사 빌딩을 아예 베트남 빌딩으로 만들어 버릴 계획”이라고 말한다.“우리가 미국·영국 자본과 다른 점은 이런 정(情)이 있다는 것입니다. 절대 ‘먹튀’(이익만 먹고 떠나가는 것)는 안 한다는 인식을 줘야 합니다. 제국주의 자본과 돈으로 싸우면 지고, 마음을 얻어야 이길 수 있습니다.

이 회장의 철학은 명확하다. 돈은 우리가 대지만, 경영은 현지인이 한다는 것.

베트남 명문 하노이대학 출신 4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국민대에서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시켜주기도 했다.

이 4명은 “(제국주의에 맞선) 금융 게릴라로 베트남에 투입된다”고 이 회장은 전했다. 앞으로도 매년 학생들을 선발해 MBA과정을 마치게 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요즘 밖에 나가 ‘죽도록 일할’ 사람들을 뽑고 있다고 했다. “나이는 45세 이상, 1980~90년대 발로 세계를 누비면서 시장을 개척했던 사람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종합상사의 영광을 증권사가 꼭 되찾아 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