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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포럼]지진과 한국 자동차산업 / 유지수(경영) 교수

  • 07.02.14 / 조영문

수주 전에 지진이 발생했다. 한국에 5.2도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 6만 가구가 무너지고 3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 한국도 이제 지진재해지역에 속하게 된 것 같다. 한국이 걱정해야 할 것은 단지 지진에 의한 재해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자동차 산업에도 재해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의 14%를 차지하고 있고 무역흑자만 해도 370억달러를 낸 효자 산업이다. 자동차 산업의 붕괴는 곧 한국 경제의 파탄을 의미한다. 전략 산업이 성장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다. 문제는 전략 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앞날에 지진과 같은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에 위협이 되는 요소는 환율하락, 내수감소 등이다. 내수는 2002년을 정점으로 4년 간 무려 40만대가 감소했다. 환율도 사상 유례 없이 떨어졌다. 특히 원/100엔은 2004년 1058.76원이었으나 2006년 12월 평균 790.23원을 기록했다. 대한민국의 자동차 산업은 69%가 수출이며 모든 수출시장에서 일본 자동차와 경쟁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환율과 내수는 사실 완성차 메이커가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다. 정말 걱정해야 할 문제는 완성차 메이커의 발목을 잡는 노조의 움직임이다. 현재 노조가 경영진을 불신하는 것은 과거의 경제성장 위주 정책과 IMF 시절 완성차 메이커의 정리해고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정부와 완성차 메이커가 잘못했다 해도 근자의 노조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도대체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협상하는 FTA와 현대차가 무슨 연관이 있기에 파업을 한다는 말인가? 국회에서 결정하는 비정규직 문제도 현대차 노조가 이를 문제 삼아 파업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행동들이다.

사업장은 이미 경영진의 통제권을 넘어선 지 오래다. 작업현장 노동자의 20%가 노조 대의원이고, 공수절감을 위한 개선도 노조가 승인해야 하고, 신모델 투입 시에도 노조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공장 간의 노동자 전환배치도 노조의 반대로 하지 못하는 등 정상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노조의 문제는 신뢰(信賴)의 문제가 아니라 역학(力學)의 문제다. 노조가 경영진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나 사실 지금은 노조가 생산라인을 볼모로 하고 싶은 것을 정하면 경영진이 노조에 끌려가는 것이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현실이다. 노조와 경영진 간에 힘의 균형이 깨진 것이 문제의 근원이다.

일전에 현대차 베이징 공장을 방문해 보니 놀랍게도 이미 아산공장의 생산성을 앞질러서, 아산공장이 2개 모델을 시간당 63대밖에 생산 못하는 데 비해 베이징 공장에서는 5개 모델을 시간당 68대 생산하고 있었다. 총 제조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국내의 4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이미 중국의 공장이 원가경쟁력은 물론이고 생산성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한 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 완성차 메이커의 대당 조립시간은 94년 기준으로 평균 30.6시간이며 일본 경쟁사는 16.5시간으로 생산성이 거의 2배나 높다고 한다. 해외 공장과의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고 외국 경쟁사에도 지고 있으니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자동차 공장이 모두 문을 닫게 될까 걱정이다. 물론 노조의 동의 없이는 해외 공장 설립도 어렵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 공장이 문을 당장 닫을 리는 없다. 그러나 노조의 힘이 아무리 강해도 시장의 힘을 이길 수는 없다. 소비자는 싸고 좋은 차를 선택하며 결국 경쟁력 없는 기업은 퇴출되고 만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극일을 외치기는 하나 일본의 자동차 산업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현 상황은 한심하기만 하다. 도요타는 2002년 이후 매년 7조원에서 10조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왔다. 물론 매출 대비 기술투자 비율이 도요타보다 앞서는 우리나라의 완성차 메이커도 있으나 절대금액 면에서는 도요타와 비교가 안 된다. 도요타는 막대한 기술투자를 통해 기술 면에서 세계의 리더가 되는 것은 물론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분규 5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또 세계 최고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앞장서 임금상승을 자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작년 파업으로 2조6700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손실을 기록했다. 일본을 이기는 것은 고사하고 일본과의 격차를 줄이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

80년대 영국에서 살던 사람이 볼보를 탔다고 하기에, 왜 영국의 유명한 재규어를 타지 않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 사람의 대답이 영국에서는 하도 파업이 많아서 재규어를 주문해도 언제 출고가 될지 몰라 다른 나라 차를 탔다고 했다. 강성 노조로 유명했던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붕괴해 더 이상 세계 시장에서 경쟁대상이 못 되고 있다.

이 같은 일이 한국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이제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파업 때문에 한국의 소비자가 일제차와 유럽차를 산다는 것이 그렇게 허망한 시나리오는 아닌 것이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단지 5.2 규모의 지진이 아니다.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강성 노조의 함성과 진동으로 자동차 산업이 붕괴해 수십만명의 실업자가 거리를 헤매게 되는 것이다. 과거의 잘못을 탓하며 자신의 이기적이고 비상식적인 논리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경쟁과 소비자의 무서움을 깨닫고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해야 할 시기다. 올해는 노조의 힘을 생산성과 품질향상에 집중해 난국을 헤쳐나가길 기대해본다.

출처 : 헤럴드경제 2007.02.13.13:46

원문보기 :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7/02/13/200702130082.asp

제목 [헤럴드 포럼]지진과 한국 자동차산업 / 유지수(경영) 교수 작성자 조영문
작성일 07.02.14 조회수 6843
첨부파일 구분 학부공지

수주 전에 지진이 발생했다. 한국에 5.2도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 6만 가구가 무너지고 3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 한국도 이제 지진재해지역에 속하게 된 것 같다. 한국이 걱정해야 할 것은 단지 지진에 의한 재해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자동차 산업에도 재해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의 14%를 차지하고 있고 무역흑자만 해도 370억달러를 낸 효자 산업이다. 자동차 산업의 붕괴는 곧 한국 경제의 파탄을 의미한다. 전략 산업이 성장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다. 문제는 전략 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앞날에 지진과 같은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에 위협이 되는 요소는 환율하락, 내수감소 등이다. 내수는 2002년을 정점으로 4년 간 무려 40만대가 감소했다. 환율도 사상 유례 없이 떨어졌다. 특히 원/100엔은 2004년 1058.76원이었으나 2006년 12월 평균 790.23원을 기록했다. 대한민국의 자동차 산업은 69%가 수출이며 모든 수출시장에서 일본 자동차와 경쟁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환율과 내수는 사실 완성차 메이커가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다. 정말 걱정해야 할 문제는 완성차 메이커의 발목을 잡는 노조의 움직임이다. 현재 노조가 경영진을 불신하는 것은 과거의 경제성장 위주 정책과 IMF 시절 완성차 메이커의 정리해고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정부와 완성차 메이커가 잘못했다 해도 근자의 노조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도대체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협상하는 FTA와 현대차가 무슨 연관이 있기에 파업을 한다는 말인가? 국회에서 결정하는 비정규직 문제도 현대차 노조가 이를 문제 삼아 파업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행동들이다.

사업장은 이미 경영진의 통제권을 넘어선 지 오래다. 작업현장 노동자의 20%가 노조 대의원이고, 공수절감을 위한 개선도 노조가 승인해야 하고, 신모델 투입 시에도 노조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공장 간의 노동자 전환배치도 노조의 반대로 하지 못하는 등 정상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노조의 문제는 신뢰(信賴)의 문제가 아니라 역학(力學)의 문제다. 노조가 경영진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나 사실 지금은 노조가 생산라인을 볼모로 하고 싶은 것을 정하면 경영진이 노조에 끌려가는 것이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현실이다. 노조와 경영진 간에 힘의 균형이 깨진 것이 문제의 근원이다.

일전에 현대차 베이징 공장을 방문해 보니 놀랍게도 이미 아산공장의 생산성을 앞질러서, 아산공장이 2개 모델을 시간당 63대밖에 생산 못하는 데 비해 베이징 공장에서는 5개 모델을 시간당 68대 생산하고 있었다. 총 제조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국내의 4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한다. 이미 중국의 공장이 원가경쟁력은 물론이고 생산성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한 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 완성차 메이커의 대당 조립시간은 94년 기준으로 평균 30.6시간이며 일본 경쟁사는 16.5시간으로 생산성이 거의 2배나 높다고 한다. 해외 공장과의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고 외국 경쟁사에도 지고 있으니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자동차 공장이 모두 문을 닫게 될까 걱정이다. 물론 노조의 동의 없이는 해외 공장 설립도 어렵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 공장이 문을 당장 닫을 리는 없다. 그러나 노조의 힘이 아무리 강해도 시장의 힘을 이길 수는 없다. 소비자는 싸고 좋은 차를 선택하며 결국 경쟁력 없는 기업은 퇴출되고 만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극일을 외치기는 하나 일본의 자동차 산업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현 상황은 한심하기만 하다. 도요타는 2002년 이후 매년 7조원에서 10조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왔다. 물론 매출 대비 기술투자 비율이 도요타보다 앞서는 우리나라의 완성차 메이커도 있으나 절대금액 면에서는 도요타와 비교가 안 된다. 도요타는 막대한 기술투자를 통해 기술 면에서 세계의 리더가 되는 것은 물론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분규 5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또 세계 최고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앞장서 임금상승을 자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작년 파업으로 2조6700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손실을 기록했다. 일본을 이기는 것은 고사하고 일본과의 격차를 줄이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

80년대 영국에서 살던 사람이 볼보를 탔다고 하기에, 왜 영국의 유명한 재규어를 타지 않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 사람의 대답이 영국에서는 하도 파업이 많아서 재규어를 주문해도 언제 출고가 될지 몰라 다른 나라 차를 탔다고 했다. 강성 노조로 유명했던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붕괴해 더 이상 세계 시장에서 경쟁대상이 못 되고 있다.

이 같은 일이 한국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이제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파업 때문에 한국의 소비자가 일제차와 유럽차를 산다는 것이 그렇게 허망한 시나리오는 아닌 것이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단지 5.2 규모의 지진이 아니다.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강성 노조의 함성과 진동으로 자동차 산업이 붕괴해 수십만명의 실업자가 거리를 헤매게 되는 것이다. 과거의 잘못을 탓하며 자신의 이기적이고 비상식적인 논리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경쟁과 소비자의 무서움을 깨닫고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해야 할 시기다. 올해는 노조의 힘을 생산성과 품질향상에 집중해 난국을 헤쳐나가길 기대해본다.

출처 : 헤럴드경제 2007.02.13.13:46

원문보기 :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7/02/13/200702130082.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