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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삶과 문화] 할말은 반드시 하라/ 김대환(관현악전공) 교수

  • 09.07.13 / 이민아

고인이 된 알반베르크 현악 사중주단의 비올리스트 토마스 카쿠스카는 더 많은 음악인들이

현악 사중주를 연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당위성으로 연주를 잘하든 못하든 인간으로서, 사회적 존재로서 현악 사중주의 연습과 연주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음악과 음색, 기량과 성격까지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좋은 연주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많은 시간과 정열을 쏟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개인이 돋보이는 독주를 우선시 하는 우리 교육 여건에서 여럿이 어울려 하모니를 완성하는 실내악은 뒷전일 수 밖에 없다.

대학교 때 단짝 친구들과 그저 즐겁게 대충 악보를 익히는 수준으로 실내악을 접했던 나는 미국 유학 시절 고생스럽게 현악 사중주 활동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학교에서 임의로 팀을 구성하여 주었는데, 그 중 첼로 파트를 맡은 미국 여학생이 리허설 때마다 한 마디도 넘어가는 법이 없이 다른 파트에 잔소리를 해댔다.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와 다른 동양인 학생은 차마 반박은 하지 못하고 씁쓸한 표정으로 '오케이' 라고 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학기 내내 '너나 잘하세요'를 외치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연주에도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었지만 왜 그리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들었던지...

몇 번을 꾹꾹 참다가 불만을 표출할 때면 그 동안 쌓였던 서운함 때문인지 실제보다 감정이 격앙되어 분위기가 어색해지곤 했다. 그렇게 속상하고 서먹한 한 학기를 보내면서 구성원들끼리 좀 더 가까워지고 서로에 대하여 잘 알게 되고 나니 비로서 그녀의 잔소리는 잘하고자 하는 의욕과 정열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바르톡을 공부하던 마지막 학기에는 서로에게 조언을 더 해 달라며 의욕을 불살랐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녀의 충고에 대해 첫 학기 때 왜 그리 옹졸했었나 창피하기도 하지만 겸손의 미덕만 강조하는 동방예의지국에서 자란 때문이려니 내 자신을 변명하고 싶다.

지금 대학에서 실내악을 강의하면서 첫 시간에 늘 강조하는 것은 서로의 충고에 기분 나빠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단점을 지적하는 충고를 들을 때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무대에 오르기 전 자신의 앞 이에 고춧가루가 끼었다는 사실을 귀띔해 준 것처럼 고마운 일로 여기라고 말이다.

그러나 말이 쉽지, 외국 사람들이라고 단점을 지적하는 충고에 익숙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실제로 유명한 현악 사중주단 가운데는 리허설을 하다 싸우고는 비행기를 따로 타고 가서 연주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고령으로 인한 단 한 번의 멤버교체를 제외하고는 같은 멤버로 45년을 활동하다가 금년 가을 은퇴하는 과르네리 사중주단은 정말 경이롭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은 리더가 아니라 한 구성원일 뿐이라고 하는 제 1 바이올린 주자 스타인하르트의 역할도 중요했겠지만 모든 팀원의 이해와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롱런 비결에 대해 몇 가지를 이야기했는데 우리의 사회생활에서도 꼭 필요한 지침 같다. '유머 감각을 유지하라' '동료에게 배운다는 자세를 가져라' 등의 여러 가지 수긍이 가는 지침들이다. 특히 나의 경험상 가장 와 닿았던 것은 '기분 나쁘지 않게 비판하는 것을 연구하라'와, 표현하지 않고 쌓아둘 경우 불필요하게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할말은 반드시 하라'이다.

김대환 바이올리니스트ㆍ 국민대 예술대 교수

 

원문 보기 :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907/h2009071102253281920.htm

제목 [삶과 문화] 할말은 반드시 하라/ 김대환(관현악전공) 교수 작성자 이민아
작성일 09.07.13 조회수 7198
첨부파일 구분 학부공지

고인이 된 알반베르크 현악 사중주단의 비올리스트 토마스 카쿠스카는 더 많은 음악인들이

현악 사중주를 연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당위성으로 연주를 잘하든 못하든 인간으로서, 사회적 존재로서 현악 사중주의 연습과 연주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음악과 음색, 기량과 성격까지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좋은 연주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많은 시간과 정열을 쏟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개인이 돋보이는 독주를 우선시 하는 우리 교육 여건에서 여럿이 어울려 하모니를 완성하는 실내악은 뒷전일 수 밖에 없다.

대학교 때 단짝 친구들과 그저 즐겁게 대충 악보를 익히는 수준으로 실내악을 접했던 나는 미국 유학 시절 고생스럽게 현악 사중주 활동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학교에서 임의로 팀을 구성하여 주었는데, 그 중 첼로 파트를 맡은 미국 여학생이 리허설 때마다 한 마디도 넘어가는 법이 없이 다른 파트에 잔소리를 해댔다.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와 다른 동양인 학생은 차마 반박은 하지 못하고 씁쓸한 표정으로 '오케이' 라고 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학기 내내 '너나 잘하세요'를 외치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연주에도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었지만 왜 그리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들었던지...

몇 번을 꾹꾹 참다가 불만을 표출할 때면 그 동안 쌓였던 서운함 때문인지 실제보다 감정이 격앙되어 분위기가 어색해지곤 했다. 그렇게 속상하고 서먹한 한 학기를 보내면서 구성원들끼리 좀 더 가까워지고 서로에 대하여 잘 알게 되고 나니 비로서 그녀의 잔소리는 잘하고자 하는 의욕과 정열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바르톡을 공부하던 마지막 학기에는 서로에게 조언을 더 해 달라며 의욕을 불살랐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녀의 충고에 대해 첫 학기 때 왜 그리 옹졸했었나 창피하기도 하지만 겸손의 미덕만 강조하는 동방예의지국에서 자란 때문이려니 내 자신을 변명하고 싶다.

지금 대학에서 실내악을 강의하면서 첫 시간에 늘 강조하는 것은 서로의 충고에 기분 나빠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단점을 지적하는 충고를 들을 때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무대에 오르기 전 자신의 앞 이에 고춧가루가 끼었다는 사실을 귀띔해 준 것처럼 고마운 일로 여기라고 말이다.

그러나 말이 쉽지, 외국 사람들이라고 단점을 지적하는 충고에 익숙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실제로 유명한 현악 사중주단 가운데는 리허설을 하다 싸우고는 비행기를 따로 타고 가서 연주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고령으로 인한 단 한 번의 멤버교체를 제외하고는 같은 멤버로 45년을 활동하다가 금년 가을 은퇴하는 과르네리 사중주단은 정말 경이롭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은 리더가 아니라 한 구성원일 뿐이라고 하는 제 1 바이올린 주자 스타인하르트의 역할도 중요했겠지만 모든 팀원의 이해와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롱런 비결에 대해 몇 가지를 이야기했는데 우리의 사회생활에서도 꼭 필요한 지침 같다. '유머 감각을 유지하라' '동료에게 배운다는 자세를 가져라' 등의 여러 가지 수긍이 가는 지침들이다. 특히 나의 경험상 가장 와 닿았던 것은 '기분 나쁘지 않게 비판하는 것을 연구하라'와, 표현하지 않고 쌓아둘 경우 불필요하게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할말은 반드시 하라'이다.

김대환 바이올리니스트ㆍ 국민대 예술대 교수

 

원문 보기 :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907/h200907110225328192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