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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경상대학

언론속의 국민

장난인가, 名畵 재해석인가

  • 04.03.03 / 매일경제
2004년 03월 02일 (화) 15:51

미켈란젤로 '천지창조', 밀레 '만종', 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에 신 윤복 '미인도'까지 흔히들 '명화'로 불리는 서양과 한국 고전 그림들을 그저 이용만 할 뿐인 미술 작품들을 어떻게 평가해줘야 하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의 얼굴은 요즘 한국 사람들 사진으로 대체되고, '미인도'의 얇은 한복 속으로는 청바지와 운동화가 보이는 그림들….

고전이 뭉개지고 작품 특유의 분위기와 신화가 무너지니 일단 재미는 있다. 그러나 재미를 넘어 혹은 얼핏 장난으로 읽히는 실험의식을 넘어 그 그림들이 담고 있는 의미란 게 있을까.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3일 시작하는 권여현 개인전 '동서고금 을 가로지르다'는 그런 질문을 던진다.

속칭 명화들을 웃음거리로 만들려고 작심한듯 비꼬고 풍자한 패러디 그 림들에 무언가 들어 있기는 한 걸까. 뒤틀린 다빈치, 고야, 들라크루아 , 뭉크, 뒤샹, 김홍도, 신윤복의 그림들은 과연 고전 명화들을 조롱할 만큼 미술사적 실험적 의미도 갖고 있을까.

작가는 자신도 그 끝부분 어디엔가 속해 있었을 '미술사'로 걸어 들어 간다. 그 같은 행보 속에서 고전의 한 조건이었을 현재와 시간 간격은 일단 무너진다.

작가는 다시 신윤복ㆍ김홍도 그림과 피카소 그림에 엇비슷해 보이는 한 국 사람들의 사진 이미지를 삽입하면서 동ㆍ서양의 미술사 구분을 무너 뜨렸다. 그리고 어차피 원래 그려진 그림을 '이용'하는 마당이니 '포스 트모던'이란 말이 나올 때면 으레 등장하는 원본과 복제 관계가 튀어 나온다.

김준기 사비나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매체 차이를 재해석해내는 일이 흥미롭다"고 지적한다. 고전주의 작품을 인상파 기 법으로 그려내고, 수묵채색화가 갖는 먹선의 유연함은 뻣뻣한 아크릴 물감의 움직임으로 대체된다.

전시장에는 평면 그림뿐 아니라 영상물도 등장한다. 작품에 사진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명화 속으로 들어가 자신들이 모델이 된 그림을 그 려놓고 그 그림에서 걸어 나오는 줄거리로 된 동영상이다.

이들은 국민대 교수인 작가의 제자들인데, 이 때 작가는 혼자 이것저것 다 하는 창조자 역할을 떠나 기획자 역할을 떠맡게 된다.

'가로지르다'전은 그런 의미에서 관람객들이 '아, 재미있네!'라고 느끼 는 순간이야말로 일방통행적인 기존 미술사가 전복되고 동ㆍ서양 경계 가 무너지는 순간이라고 말하는듯하다. 시ㆍ공간으로 구획된 미술사의 이질적 요소들이 지금, 여기에서 한꺼번에 통합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항상 작가의 그 같은 의도와 관람객의 '재미' 사이에는 넓디 넓 은 간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가벼운 패러디 이미지가 대중매체를 통해 범람하는 시절엔 그런 시도가 그저 고전을 훼손하는 일회성 이벤트가 되고, 관람객의 재미는 값싼 오락이 될 염려도 있게 마련이다. 4월 7일까지

(02)736-4371

<이지형 기자>


제목 장난인가, 名畵 재해석인가 작성자 매일경제
작성일 04.03.03 조회수 8981
첨부파일 구분 학부공지
2004년 03월 02일 (화) 15:51

미켈란젤로 '천지창조', 밀레 '만종', 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에 신 윤복 '미인도'까지 흔히들 '명화'로 불리는 서양과 한국 고전 그림들을 그저 이용만 할 뿐인 미술 작품들을 어떻게 평가해줘야 하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의 얼굴은 요즘 한국 사람들 사진으로 대체되고, '미인도'의 얇은 한복 속으로는 청바지와 운동화가 보이는 그림들….

고전이 뭉개지고 작품 특유의 분위기와 신화가 무너지니 일단 재미는 있다. 그러나 재미를 넘어 혹은 얼핏 장난으로 읽히는 실험의식을 넘어 그 그림들이 담고 있는 의미란 게 있을까.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3일 시작하는 권여현 개인전 '동서고금 을 가로지르다'는 그런 질문을 던진다.

속칭 명화들을 웃음거리로 만들려고 작심한듯 비꼬고 풍자한 패러디 그 림들에 무언가 들어 있기는 한 걸까. 뒤틀린 다빈치, 고야, 들라크루아 , 뭉크, 뒤샹, 김홍도, 신윤복의 그림들은 과연 고전 명화들을 조롱할 만큼 미술사적 실험적 의미도 갖고 있을까.

작가는 자신도 그 끝부분 어디엔가 속해 있었을 '미술사'로 걸어 들어 간다. 그 같은 행보 속에서 고전의 한 조건이었을 현재와 시간 간격은 일단 무너진다.

작가는 다시 신윤복ㆍ김홍도 그림과 피카소 그림에 엇비슷해 보이는 한 국 사람들의 사진 이미지를 삽입하면서 동ㆍ서양의 미술사 구분을 무너 뜨렸다. 그리고 어차피 원래 그려진 그림을 '이용'하는 마당이니 '포스 트모던'이란 말이 나올 때면 으레 등장하는 원본과 복제 관계가 튀어 나온다.

김준기 사비나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매체 차이를 재해석해내는 일이 흥미롭다"고 지적한다. 고전주의 작품을 인상파 기 법으로 그려내고, 수묵채색화가 갖는 먹선의 유연함은 뻣뻣한 아크릴 물감의 움직임으로 대체된다.

전시장에는 평면 그림뿐 아니라 영상물도 등장한다. 작품에 사진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명화 속으로 들어가 자신들이 모델이 된 그림을 그 려놓고 그 그림에서 걸어 나오는 줄거리로 된 동영상이다.

이들은 국민대 교수인 작가의 제자들인데, 이 때 작가는 혼자 이것저것 다 하는 창조자 역할을 떠나 기획자 역할을 떠맡게 된다.

'가로지르다'전은 그런 의미에서 관람객들이 '아, 재미있네!'라고 느끼 는 순간이야말로 일방통행적인 기존 미술사가 전복되고 동ㆍ서양 경계 가 무너지는 순간이라고 말하는듯하다. 시ㆍ공간으로 구획된 미술사의 이질적 요소들이 지금, 여기에서 한꺼번에 통합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항상 작가의 그 같은 의도와 관람객의 '재미' 사이에는 넓디 넓 은 간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가벼운 패러디 이미지가 대중매체를 통해 범람하는 시절엔 그런 시도가 그저 고전을 훼손하는 일회성 이벤트가 되고, 관람객의 재미는 값싼 오락이 될 염려도 있게 마련이다. 4월 7일까지

(02)736-4371

<이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