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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희의 러시아 프리즘] 한러수교 30주년, 지방협력 돌아보다 / 강윤희(유라시아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올해는 한러 수교 30주년이다. 지난 30년을 돌이켜보면, 서로에 대해 환상을 품었던 한러 밀월기도 있었고, 환상이 깨어지고 상대국에 대해 실망했던 냉담기도 있었던 것 같다. 한러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 러시아 지역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현재의 한러 관계가 안타까운 점도 있다. 예컨대 초기에 큰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남북러 철도 연결과 같은 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들이 아직까지도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지난 30년 간 한러 양국이 양국 관계 발전을 저해하는 여러 제약 요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상호 이해 증진을 도모하고 인적 교류를 확대해온 것도 사실이다.

특히 최근 들어 양국 간에 중앙 정부 차원의 교류 뿐 아니라 지방 정부 간 교류가 증대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물론 이것은 한러 관계에서만 특수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중앙 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독자적인 국제 교류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지자체의 국제협력 대상 지역이 러시아로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운 러시아 지방과 도시들은 매력적인 협력 대상지로 떠올랐다. 실제 한국 지자체는 러시아와 약 30여 개의 협력 채널을 구축하였는데, 서울시를 위시하여 여러 지자체가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등 16개의 러시아 지방정부와 협력을 하고 있다. 특히 환동해 경제벨트에 속하는 강원, 경북, 포항, 울산, 부산 등의 지자체가 에너지, 물류, 관광 등의 분야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러 지방협력포럼 창설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는데, 2018년 포항,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에 이어 2021년에는 울산에서 한러 지방협력포럼이 개최된다.
 

 

2018년 경북 포항에서 열린 제1차 한-러 지방협력 포럼. 청와대사진기자단

 

한러 지방 정부간 협력은 아직까지는 자매·우호도시 체결이나 국제행사 참여 등의 형태를 띤다. 향후 한러 지방정부 간 협력이 단순 인적 교류를 넘어서서 실질 협력으로 확대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러시아의 영토가 방대한 만큼이나 각 지방이 처한 사회경제적, 자연적 환경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예컨대 모스크바와 같은 유럽 지역의 대도시와 시베리아·극동 지역의 중소 도시들은 도시의 경제 수준이나 인구 구성, 산업 구조 등에서 상이하다. 극동 지역의 도시들은 인구 유출로 인해 노동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지만, 유럽 지역 도시들은 이러한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한편 같은 극동 지역에서도 각 지방 정부가 중점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산업 분야와 발전 전략이 다를 수 있다. 예컨대 연해주 주정부는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및 경제특구 등을 통해 해외직접투자를 유치하는 데 관심이 높은가 하면, 사할린 주정부는 석유 및 가스 생산 외에 풍부한 수산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수산업 양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캄차트카 주정부는 캄차트카의 천혜의 자연자원을 바탕으로 관광 산업을 발전시키길 원한다. 이러한 지역별 차이를 염두에 두고 이들 지역과의 실질 협력 프로젝트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들 러시아 지방도시나 주의 정부들이 한국식 지방자치단체와는 다르다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사실 러시아는 영토가 너무 방대하다보니 중앙 정부의 힘이 제대로 지방에까지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큰 나라이다. 따라서 중앙의 지방 통제는 러시아 국내정치의 핵심적 문제였고, 러시아 국가는 지방의 “자율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이에 러시아 행정 시스템 안에서 지방 정부는 철저히 중앙 정부의 통제 하에 놓이며 각기 부여받은 정책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 지방정부의 운영방식은 자치와는 거리가 매우 멀다. 단적인 예로 주정부의 수장인 주지사들이 선거에 의해 선출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가지는 자율성의 폭은 한국에 비해 크지 않다. 하바로프스크 주의 경우처럼 선출직 주지사가 대통령에 의해 해임되기도 한다. 이러한 러시아적 특성을 단순히 비민주적인 관행으로 폄하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 준다면 러시아 지방정부와의 협력이 보다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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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윤희의 러시아 프리즘] 한러수교 30주년, 지방협력 돌아보다 / 강윤희(유라시아학과) 교수 작성자 박윤진
작성일 20.11.16 조회수 188
첨부파일 30.jpg (18.2 KB) 2018.jpg (29.3 KB) 구분 학부공지

 

©게티이미지뱅크


올해는 한러 수교 30주년이다. 지난 30년을 돌이켜보면, 서로에 대해 환상을 품었던 한러 밀월기도 있었고, 환상이 깨어지고 상대국에 대해 실망했던 냉담기도 있었던 것 같다. 한러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 러시아 지역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현재의 한러 관계가 안타까운 점도 있다. 예컨대 초기에 큰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남북러 철도 연결과 같은 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들이 아직까지도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지난 30년 간 한러 양국이 양국 관계 발전을 저해하는 여러 제약 요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상호 이해 증진을 도모하고 인적 교류를 확대해온 것도 사실이다.

특히 최근 들어 양국 간에 중앙 정부 차원의 교류 뿐 아니라 지방 정부 간 교류가 증대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물론 이것은 한러 관계에서만 특수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중앙 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독자적인 국제 교류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지자체의 국제협력 대상 지역이 러시아로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운 러시아 지방과 도시들은 매력적인 협력 대상지로 떠올랐다. 실제 한국 지자체는 러시아와 약 30여 개의 협력 채널을 구축하였는데, 서울시를 위시하여 여러 지자체가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등 16개의 러시아 지방정부와 협력을 하고 있다. 특히 환동해 경제벨트에 속하는 강원, 경북, 포항, 울산, 부산 등의 지자체가 에너지, 물류, 관광 등의 분야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러 지방협력포럼 창설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는데, 2018년 포항,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에 이어 2021년에는 울산에서 한러 지방협력포럼이 개최된다.
 

 

2018년 경북 포항에서 열린 제1차 한-러 지방협력 포럼. 청와대사진기자단

 

한러 지방 정부간 협력은 아직까지는 자매·우호도시 체결이나 국제행사 참여 등의 형태를 띤다. 향후 한러 지방정부 간 협력이 단순 인적 교류를 넘어서서 실질 협력으로 확대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러시아의 영토가 방대한 만큼이나 각 지방이 처한 사회경제적, 자연적 환경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예컨대 모스크바와 같은 유럽 지역의 대도시와 시베리아·극동 지역의 중소 도시들은 도시의 경제 수준이나 인구 구성, 산업 구조 등에서 상이하다. 극동 지역의 도시들은 인구 유출로 인해 노동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지만, 유럽 지역 도시들은 이러한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한편 같은 극동 지역에서도 각 지방 정부가 중점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산업 분야와 발전 전략이 다를 수 있다. 예컨대 연해주 주정부는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및 경제특구 등을 통해 해외직접투자를 유치하는 데 관심이 높은가 하면, 사할린 주정부는 석유 및 가스 생산 외에 풍부한 수산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수산업 양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캄차트카 주정부는 캄차트카의 천혜의 자연자원을 바탕으로 관광 산업을 발전시키길 원한다. 이러한 지역별 차이를 염두에 두고 이들 지역과의 실질 협력 프로젝트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들 러시아 지방도시나 주의 정부들이 한국식 지방자치단체와는 다르다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사실 러시아는 영토가 너무 방대하다보니 중앙 정부의 힘이 제대로 지방에까지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큰 나라이다. 따라서 중앙의 지방 통제는 러시아 국내정치의 핵심적 문제였고, 러시아 국가는 지방의 “자율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이에 러시아 행정 시스템 안에서 지방 정부는 철저히 중앙 정부의 통제 하에 놓이며 각기 부여받은 정책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 지방정부의 운영방식은 자치와는 거리가 매우 멀다. 단적인 예로 주정부의 수장인 주지사들이 선거에 의해 선출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가지는 자율성의 폭은 한국에 비해 크지 않다. 하바로프스크 주의 경우처럼 선출직 주지사가 대통령에 의해 해임되기도 한다. 이러한 러시아적 특성을 단순히 비민주적인 관행으로 폄하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 준다면 러시아 지방정부와의 협력이 보다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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