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국민대학교 경상대학

언론속의 국민

[박휘락 칼럼] 文정부 외교정책과 구한말 패망 외교 / 박휘락(정치대학원) 교수

연작처당(燕雀處堂); 제 집이 불타는 줄도 모르고 불구경을 하다

 

    

▲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권창회 기자
 

얼마 전 "쇼 미더 머니(Show me the money)"라는 힙합 경연 프로그램이 있었다. 과거에 무엇을 했든, 어떤 상을 받았든 상관없이 오로지 현장에서 드러나는 실력으로 우열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의 어원(語源)은 미국에게 금광 열기가 한창이었을 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서 큰 금광을 발견했느니 엄청난 양의 금을 캤는지를 과장하여 말하자, 그러한 말 필요없이 지금 갖고 있는 금 또는 돈을 보여주라고 요구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것을 한국 외교에 한 번 적용해보자. 현 정부인사들은 국회답변에서나 다양한 기회를 통하여 그들의 높은 국제정치적 안목과 탁월한 외교적 역량을 과시한다. 그들의 화려한 학력, 경력, 그리고 과거 업적을 현란하게 내세운다. 그들은 미국이나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외교정책 방향을 손바닥 보듯이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말하고, 해당 국가지도자들의 머리 속을 꿰뚫어보듯이 진단하며, 그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자랑한다.


그런데, 현재의 한국 외교는 "표류"하고 있다는 말이 적절하다고 할 정도로 방향도 없고, 중심도 없다. 서로 신뢰하고 있는 주변국은 전혀 없고, 지역정세에 관하여, 심지어 한반도 문제에 관해서도 한국은 주도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렇게 탁월한 정부관계자들이, 그렇게 현란한 통찰력과 외교력으로 관리해 왔는데도 왜 결과는 이렇게 시원찮은가? 금을 많이 캤다고 말하는 데 정작 수중에 갖고 있는 금은 전혀 없는 광부와 무엇이 다른가?


한미관계


현 정부는 한미동맹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고, 과거 어느 때보다 자주적 한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평가는 그것과 전혀 다르다. 동맹이라면서도 한국과 미국은 최대의 위협인 북핵에 함께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거의 협의하지 않고, 2020년 치 방위비분담금도 아직 타결하지 못한 상태이며, 한미연합 훈련도 제대로 강화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시 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행사할 경우 북한의 오판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현 정부는 미국이 어떻게 생각하든 안보상황이 어떻게 불안해지든 상관없이 현재 미군대장이 보유하고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여 한국군 대장을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임명하고, 이로서 자주성을 보장하면 된다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한미동맹 관계가 역사상 가장 취약해진 상태이지만, 현 정부인사들은 잘하고 있다고 자평할 것이다.


최근의 간단한 사례로서 1월 20일 취임한 미국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의 전화 시기를 한번 보자. 현 정부인사들은 전화 순서가 중요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화의 순서가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갖는 외교적 관심의 우선순위를 나타내는 척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의 스가(菅義偉) 총리에게는 1월 28일 전화하였지만,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는 그로부터 일주일이 경과된 2월 4일에야 전화했다. 미일 정상의 통화에서는 양국 간의 현안 이외에도 북한의 비핵화, 그리고 한국 관련 사항도 협의했다고 한다. 미국이 한국문제를 일본과 협의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관계는 형식적이고, 양국 정부 간에 충분한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한중관계


현 정부인사들은 한중관계도 원만하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뭐가 잘되고 있다는 것인가? 현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사드(THAAD)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 방어망 참여, 한미일 안보협력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소위 '3불(不)'까지 약속했고, 코로나-19 발생 시 중국인의 입국 통제에도 상당히 조심하였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방한하였을 때는 대부분의 정부 및 여당 수뇌부들이 환대하였고, 1월 26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서 전화하여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을 축하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중국관리들은 아직도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사드 문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등의 확실한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으며, 왕이 외교부장은 약속 시간에 늦는 등 고압적인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하여 전혀 협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엔의 경제제재를 무시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을 지원하고 있다. 금을 많이 캤다고 자랑만 하면서 가진 돈은 없는 사람처럼 한중관계가 잘되고 있다고 큰 소리는 치지만 이룩한 성과는 별로 없다.


한일관계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현 정부는 주도권을 잡았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전번 행정부에서 가닥을 잡았던 위안부 합의에 대하여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평가할 때는 호기로웠으나 그 이후 한국이 유리한 상황으로 변화된 바는 없다. 오히려 일제 강점기 한국인 징용에 대한 배상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되어 수출규제까지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9일기자회견을 통하여 관계개선의 의지를 밝혔지만 일본은 그것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자세를 보였고, 실제로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관리들은 자신들의 탁월한 외교적 안목과 역량을 자랑하고 있지만, 정작 실제적인 외교관계는 악화되고 있고, 한국은 점점 고립되어 가고 있다. 외교가 '표류'하지 않는가?


북핵 위협 문제


북한과 북핵에 대하여 현 정부가 달성한 성과는 더욱 참담하다. 현 정부 인사들은 아직도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북한은 그 동안 핵무기를 아무런 제제를 받지 않은 채 집중적으로 증강해 왔다.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의 성능 개량에도 진력하여 열병식마다 새로운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유사시 미국의 도시에 핵미사일 공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하여 한미동맹을 붕괴시키려는 의도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 1월 5-12일 사이에 개최된 제8차 당대회에서 핵무력을 포함한 국방력을 강화하여 남북통일을 앞당기겠다고 공언하였다. 누가 봐도 한국에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되는 전술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인사들은 북한과 북핵을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다. 북핵에 대한 대비태세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북한 김정은의 머리 속에 들어 갔다가 나온 사람처럼 북한의 의도를 자신있게 설명한다. 곧 핵무기를 폐기할 것이고, 한국에 대해서는 절대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외치고 싶다. "Show me the money!" 북한을 잘 안다고 말하지 말고, 빨리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시켜 보라. 뭐든 결과를 갖고 오라. 그렇지 않다면, 빨리 북핵 대비태세를 강화하라.


한말의 외교와 유사


현 정부의 인사들은 펄쩍 뛰겠지만, 필자는 현 정부의 외교정책이 국가를 패망시킨 한말(韓末) 조선 정부의 외교정책과 매우 유사하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를 통하여 되돌아보면 당시 조선은 외교정책 방향을 정립하지 못한 채 이 나라 저 나라를 기웃거렸고, 그렇게 표류하다가 일본에게 병합당하고 말았다. 당시 정부관리들도 자신의 탁월한 국제적 안목을 자랑하였을 것이고, 조선이 열강 사이에서 자주적인 외교를 전개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를 통하여 배웠기에 그 실체를 한다. 조선의 외교는 "표류" 그 자체였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당시 주일본 청나라 공사관 참찬관이었던 황쭌센(黃遵憲)이 당시 조선을 '연작처당(燕雀處堂)'(자신들이 집을 만들어 사는 건물이 불타고 있는데도 그 위험을 모른 채 불구경으로 즐거운 제비와 참새처럼 망국의 위험에 처해 있음을 당사국이 모르는 상황을 지칭하는 고사)이라면서 나름대로의 외교정책 방향을 대신하여 제시하고자 했을까? 황쭌센이 현재의 한국 외교상황을 보면 동일한 평가를 하지 않을까?


나가며


필자는 우리나라에 만연한 지적 통찰력 경쟁의 분위기를 "제갈공명 놀이"라면서 비판한 적이 있다. 모두들 제갈공명처럼 신기묘산(神技妙算)을 가진 것처럼 자랑하는 데만 급급하고, 실제 성과를 달성하는 데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설명하는 말이었다. 모두가 제갈공명처럼 똑똑하다고 생각하니 아무런 정보를 획득하지도 않은 상태에서도 다른 국가의 외교방향이 이러할 것이라고 단정하고, 따라서 잘못된 가정 하에 외교정책 방향을 설정하게 되며, 결국 아무런 성과도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가안보는 도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아니면 말고'식으로 함부로 단정해서도 곤란하다. 언제나 신중해야 하고, 정확한 정보에 근거하여 평가해야하며, 항상 만전지계를 추구해야 한다. 현 정부의 인사들에게 부탁하고자 한다. 제발 겸손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 한국이 처한 외교적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시라. 실질적인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차근차근 노력하라. 제갈공명 놀이에서 벗어나 결과를 보이시라. "Show me the money!!!"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제목 [박휘락 칼럼] 文정부 외교정책과 구한말 패망 외교 / 박휘락(정치대학원) 교수 작성자 박윤진
작성일 21.02.17 조회수 212
첨부파일 phl4.jpg (78.4 KB) 구분 학부공지

연작처당(燕雀處堂); 제 집이 불타는 줄도 모르고 불구경을 하다

 

    

▲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권창회 기자
 

얼마 전 "쇼 미더 머니(Show me the money)"라는 힙합 경연 프로그램이 있었다. 과거에 무엇을 했든, 어떤 상을 받았든 상관없이 오로지 현장에서 드러나는 실력으로 우열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의 어원(語源)은 미국에게 금광 열기가 한창이었을 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서 큰 금광을 발견했느니 엄청난 양의 금을 캤는지를 과장하여 말하자, 그러한 말 필요없이 지금 갖고 있는 금 또는 돈을 보여주라고 요구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것을 한국 외교에 한 번 적용해보자. 현 정부인사들은 국회답변에서나 다양한 기회를 통하여 그들의 높은 국제정치적 안목과 탁월한 외교적 역량을 과시한다. 그들의 화려한 학력, 경력, 그리고 과거 업적을 현란하게 내세운다. 그들은 미국이나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외교정책 방향을 손바닥 보듯이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말하고, 해당 국가지도자들의 머리 속을 꿰뚫어보듯이 진단하며, 그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자랑한다.


그런데, 현재의 한국 외교는 "표류"하고 있다는 말이 적절하다고 할 정도로 방향도 없고, 중심도 없다. 서로 신뢰하고 있는 주변국은 전혀 없고, 지역정세에 관하여, 심지어 한반도 문제에 관해서도 한국은 주도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렇게 탁월한 정부관계자들이, 그렇게 현란한 통찰력과 외교력으로 관리해 왔는데도 왜 결과는 이렇게 시원찮은가? 금을 많이 캤다고 말하는 데 정작 수중에 갖고 있는 금은 전혀 없는 광부와 무엇이 다른가?


한미관계


현 정부는 한미동맹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고, 과거 어느 때보다 자주적 한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평가는 그것과 전혀 다르다. 동맹이라면서도 한국과 미국은 최대의 위협인 북핵에 함께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거의 협의하지 않고, 2020년 치 방위비분담금도 아직 타결하지 못한 상태이며, 한미연합 훈련도 제대로 강화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시 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행사할 경우 북한의 오판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현 정부는 미국이 어떻게 생각하든 안보상황이 어떻게 불안해지든 상관없이 현재 미군대장이 보유하고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여 한국군 대장을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임명하고, 이로서 자주성을 보장하면 된다면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한미동맹 관계가 역사상 가장 취약해진 상태이지만, 현 정부인사들은 잘하고 있다고 자평할 것이다.


최근의 간단한 사례로서 1월 20일 취임한 미국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의 전화 시기를 한번 보자. 현 정부인사들은 전화 순서가 중요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화의 순서가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갖는 외교적 관심의 우선순위를 나타내는 척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의 스가(菅義偉) 총리에게는 1월 28일 전화하였지만,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는 그로부터 일주일이 경과된 2월 4일에야 전화했다. 미일 정상의 통화에서는 양국 간의 현안 이외에도 북한의 비핵화, 그리고 한국 관련 사항도 협의했다고 한다. 미국이 한국문제를 일본과 협의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관계는 형식적이고, 양국 정부 간에 충분한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한중관계


현 정부인사들은 한중관계도 원만하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뭐가 잘되고 있다는 것인가? 현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사드(THAAD)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 방어망 참여, 한미일 안보협력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소위 '3불(不)'까지 약속했고, 코로나-19 발생 시 중국인의 입국 통제에도 상당히 조심하였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방한하였을 때는 대부분의 정부 및 여당 수뇌부들이 환대하였고, 1월 26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서 전화하여 중국 공산당 창건 100주년을 축하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중국관리들은 아직도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사드 문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등의 확실한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으며, 왕이 외교부장은 약속 시간에 늦는 등 고압적인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하여 전혀 협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엔의 경제제재를 무시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을 지원하고 있다. 금을 많이 캤다고 자랑만 하면서 가진 돈은 없는 사람처럼 한중관계가 잘되고 있다고 큰 소리는 치지만 이룩한 성과는 별로 없다.


한일관계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현 정부는 주도권을 잡았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전번 행정부에서 가닥을 잡았던 위안부 합의에 대하여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평가할 때는 호기로웠으나 그 이후 한국이 유리한 상황으로 변화된 바는 없다. 오히려 일제 강점기 한국인 징용에 대한 배상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되어 수출규제까지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9일기자회견을 통하여 관계개선의 의지를 밝혔지만 일본은 그것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자세를 보였고, 실제로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관리들은 자신들의 탁월한 외교적 안목과 역량을 자랑하고 있지만, 정작 실제적인 외교관계는 악화되고 있고, 한국은 점점 고립되어 가고 있다. 외교가 '표류'하지 않는가?


북핵 위협 문제


북한과 북핵에 대하여 현 정부가 달성한 성과는 더욱 참담하다. 현 정부 인사들은 아직도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북한은 그 동안 핵무기를 아무런 제제를 받지 않은 채 집중적으로 증강해 왔다.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의 성능 개량에도 진력하여 열병식마다 새로운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유사시 미국의 도시에 핵미사일 공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하여 한미동맹을 붕괴시키려는 의도이다. 특히 북한은 지난 1월 5-12일 사이에 개최된 제8차 당대회에서 핵무력을 포함한 국방력을 강화하여 남북통일을 앞당기겠다고 공언하였다. 누가 봐도 한국에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되는 전술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인사들은 북한과 북핵을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다. 북핵에 대한 대비태세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북한 김정은의 머리 속에 들어 갔다가 나온 사람처럼 북한의 의도를 자신있게 설명한다. 곧 핵무기를 폐기할 것이고, 한국에 대해서는 절대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외치고 싶다. "Show me the money!" 북한을 잘 안다고 말하지 말고, 빨리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시켜 보라. 뭐든 결과를 갖고 오라. 그렇지 않다면, 빨리 북핵 대비태세를 강화하라.


한말의 외교와 유사


현 정부의 인사들은 펄쩍 뛰겠지만, 필자는 현 정부의 외교정책이 국가를 패망시킨 한말(韓末) 조선 정부의 외교정책과 매우 유사하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를 통하여 되돌아보면 당시 조선은 외교정책 방향을 정립하지 못한 채 이 나라 저 나라를 기웃거렸고, 그렇게 표류하다가 일본에게 병합당하고 말았다. 당시 정부관리들도 자신의 탁월한 국제적 안목을 자랑하였을 것이고, 조선이 열강 사이에서 자주적인 외교를 전개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를 통하여 배웠기에 그 실체를 한다. 조선의 외교는 "표류" 그 자체였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당시 주일본 청나라 공사관 참찬관이었던 황쭌센(黃遵憲)이 당시 조선을 '연작처당(燕雀處堂)'(자신들이 집을 만들어 사는 건물이 불타고 있는데도 그 위험을 모른 채 불구경으로 즐거운 제비와 참새처럼 망국의 위험에 처해 있음을 당사국이 모르는 상황을 지칭하는 고사)이라면서 나름대로의 외교정책 방향을 대신하여 제시하고자 했을까? 황쭌센이 현재의 한국 외교상황을 보면 동일한 평가를 하지 않을까?


나가며


필자는 우리나라에 만연한 지적 통찰력 경쟁의 분위기를 "제갈공명 놀이"라면서 비판한 적이 있다. 모두들 제갈공명처럼 신기묘산(神技妙算)을 가진 것처럼 자랑하는 데만 급급하고, 실제 성과를 달성하는 데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설명하는 말이었다. 모두가 제갈공명처럼 똑똑하다고 생각하니 아무런 정보를 획득하지도 않은 상태에서도 다른 국가의 외교방향이 이러할 것이라고 단정하고, 따라서 잘못된 가정 하에 외교정책 방향을 설정하게 되며, 결국 아무런 성과도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가안보는 도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아니면 말고'식으로 함부로 단정해서도 곤란하다. 언제나 신중해야 하고, 정확한 정보에 근거하여 평가해야하며, 항상 만전지계를 추구해야 한다. 현 정부의 인사들에게 부탁하고자 한다. 제발 겸손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 한국이 처한 외교적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시라. 실질적인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차근차근 노력하라. 제갈공명 놀이에서 벗어나 결과를 보이시라. "Show me the money!!!"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