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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경상대학

교수님의 서재

Episode 07. 장윤규 교수님 (건축대학 건축학부)

  • 11.03.03 / 조영문

 





나에게 서재는 창고다
저에게 서재는 창고입니다. 실제로 이 서재를 살펴봐도 봐도 느낄 수 있듯이 보통의 서재 느낌이 아니라 물건들을 쌓아놓은 창고처럼 느껴질 텐데요. 하지만 제가 말하는 '창고'는 단순히 많은 책을 쌓아 놓은 곳, 혹은 물건을 갖다놓는 공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자세히 보면 제 서재에는 아이디어적인 모델도 존재하고, 버리지 못하고 박제해 놓은 책들도 꽂혀 있을 것이고, 미술적인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 스스로 작업 중인 가구도 있습니다. 즉 지금까지 제가 만났던 다양한 파편들을 모아놓은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가 머릿속을 지식의 창고라는 개념으로 이야기 하듯이, 서재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단면들을 모아다 놓으면 나중에 어떻게 쓰일지 모른다는 거죠. 저는 창조의 순간, 즉 아이디어를 개발 할 때 머릿속에 있는 창고의 물건을 끄집어내어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방법을 취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서재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책을 끄집어내는 창조를 위한 창고적인 틀로 쓰이고 있습니다. 머릿속 사이버 스페이스가 리얼 스페이스로 변환된 것이 서재인 거죠.

시(詩)에 심취한 공학도
젊었을 때 굉장히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시집을 가장 많이 읽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이상을 가장 좋아했고 대학교에 가서는 한국에 존재하는 시집이란 시집은 다 읽었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의 스펙트럼을 넓게 습득했죠. 그렇게 시를 읽으면서 저절로 인생의 전환을 겪었습니다. 원래 저는 지극히 공학적인 마인드로 삶을 살았는데, 보들레르 등 여러 시인들의 시집을 읽으면서 문학적인 부분을 접하게 되었고 공학적이기만 한 삶을 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결국 공학적 인생에 인문학적인 상상력을 더하게 되어서 지금도 시에 관한 이야기 들이 제가 디자인하는 부분으로 이어질 수 있었어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도 저는 시에 심취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수 백 권의 시집들이 제 머릿속에 머물고 건축적인 형태나 공간으로 들어오게 될 정도로 엄청난 힘이 있으니까요.



책에서 얻는 창조의 즐거움
젊었을 때와 달리 저는 요즘 책을 읽지 않습니다. 지금은 창조적인 작업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남의 생각을 읽는 것보다는 내 생각이 어디에 있느냐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오히려 또 다른 즐거움을 알아냈죠. 바로 창조의 즐거움입니다. 예전부터 독서의 기본적인 설정을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 두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창조의 부분으로 이끌어내느냐'하는 고민에 두었어요. 단순한 지식의 습득에 그치지 않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심지어 책을 만들게 되었고, 책은 제게 글쓰기의 개념이 되었어요.

책을 쓰는 마음으로 책을 읽다
보통은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를 따라 읽어가잖아요. 하지만 저는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조각조각 나누어서 읽었어요. 예를 들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한 달 여 만에 읽었는데 그 스토리를 읽은 것이 아니라 문장 구조, 문구 하나하나가 가진 감각적인 이야기, 단면적인 부분의 새로운 확장에 집중하며 읽었기 때문이었죠. 즉각적으로 어떤 부분을 펼쳐도 이야기가 된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열 권 정도의 책을 동시에 읽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한 방식으로 인해 굉장히 다른 것들을 볼 수 있었고 따라서 동시에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작가적인 입장에서 책을 읽은 거죠. 책을 쓰는 마음으로 읽는 방식은 굉장히 재밌습니다. 넓은 상상력으로 다양한 것들을 끌어 낼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보니 괴테, 니체, 프로스트와 같은 작가들의 엄청난 분량의 책도 창조해 내는 입장으로, 글을 쓰는 입장으로 굉장히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복합체 COMPOUND BODY
건축가라고 하면 건축 디자인을 떠올리고 그 디자인은 곧 공간을 만들거나 형태를 만드는 거라 생각하죠. 하지만 저는 이론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히 어떤 형태나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내 나름의 이론을 정립하고자 했죠. 실제로 프랑스의 건축가 르 꼬르뷔제는 '새로운 건축을 향하여'와 같은 책을 써 내면서 자기가 '어떤 건축을 하겠다'하는 것을 마치 선언문처럼 밝혔습니다. 그처럼 저도 '나의 건축'에 대해 정확하게 서술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건축론, 공간론, 그리고 형태론 일수도, 혹은 철학적인 부분일수도 있어요. 그렇게 저는 2005년도에 '복합체'라는 글을 써내게 되었다. '복합체'는 일반적 공간, 형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까지 건축에서 이야기 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저의 이론으로 정리해서 썼습니다. 예를 들어, 신화적인 부분도 포함되어 있고 재료의 이야기도 담겨있죠. 스스로가 무척 재밌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책을 완성하면서 각각의 이론들을 건축의 생성문제로 가져와서 건축디자인으로 실제로 적용시킬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즉 모든 것들이 다 연결되어 있고 통합된 상태에 있다는 메시지를 복합체에서 알 수 있다는 겁니다.

아직 완성의 단계가 아니다
저는 최종적으로는 건축가가 아니었으면 합니다. 건축으로 시작을 하긴 했지만 폭넓은 변화의 스펙트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사실 동시에 많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순수 전시파트에서 드로잉을 하며 준비해보기도 하고, 조각물을 만드는 작업 중이기도 하고 또 시를 쓰기도 하죠. 그래서 건축은 단편적인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즉 내가 원하는 목표가 바뀌게 되면 방법들은 자유롭게 바뀔 수 있다는 거죠. 그것이 음악이 될지 미술이 될지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아직도 저는 모색하고 있어요. 아직 저는 완성의 단계가 아니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완성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젊었을 때 가진 꿈에 대한 열망을 차곡차곡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실현시키며 완성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기웃기웃 거리지 마라
제가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바로 "기웃기웃 거리지 마라"하는 것입니다. 어떤 하나의 부분에 대해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명확한 자기 주제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연구해서 제대로 쌓여졌을 때를 말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완성이 되는 거죠. 제가 설계를 가르칠 때도 '최소한 5년 정도 연구할 수 있는 테마를 찾아내어라'고 말했었습니다.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거죠. 이것은 건축 뿐 만 아니라 문학 등 모든 범위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찾아 가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하나하나에 기웃 거리는 게 아니라 멀리 바라보면서 그것을 어떻게 성취하여 자신의 생각을 이끌어 낼 것인가를 고민해야합니다. 그러면 저절로 정상에 올라 있을 거예요. 어느새 방법도 발견해 있을 것이고, 아주 근원적인 것도 찾아 낼 것이며, 목표도 자연스레 성취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천개의 고원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 새물결 | 2001 | 성곡도서관 링크

현대 건축가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지고 탐닉하는 철학자인 들뢰즈의 정신을 가장 집대성한 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생물학과 지질학부터 시작해 인류학과 고고학의 최신 연구 성과까지 인간의 지식과 경험을 새롭게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지식의 천개의 단면을 제시합니다.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리좀', '다양체이론', '기호학', '기관없는 몸체', '전쟁기계', '주름' 등의 다양한 단면들의 소통을 탐닉할 수 있습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은 천개의 고원의 전편이라 할 수 있는 '안티-오이디푸스' 그리고 베이컨의 그림을 통한 '감각의 논리'도 흥미로운 책입니다.
 
알렙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황병하 | 민음사 | 1996 | 성곡도서관 링크

경험과 상상의 세계를 뒤섞어 놓은 '환상적 사실주의'를 통해서 현대 사회의 현상을 미리 예견한 독특한 글쓰기의 구조를 재현합니다. 상상속의 도시와 인물들이 마치 역사 속에 존재하는 것과 같은 환상을 만들며 함께 공존하며 책에 대한 책 쓰기, 시간속의 다른 시간이 겹쳐지는 거대한 미로의 구조를 만듭니다. 후기구조주의, 현상학, 테리다의 해체주의 등과 연결 됩니다.
 
신화론
롤랑바르트 | 정현 | 현대미학사 | 1995

롤랑바르트는 신화, 기호, 텍스트를 넘나들며 새로운 사유체계의 형성을 보여줍니다. 문화와 문학적 텍스트의 담론뿐만 아니라 현대 대중의 일상생활과 문화에 대한 고찰을 통하여 현대의 신화를 이야기해내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영화, 만화, 사진, 패션 등 현대 부르주아 사회를 둘러싼 신화를 통해 사유의 방법론과 새로운 글쓰기를 재현합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은 '텍스트의 즐거움'입니다.
 
공간의 시학
가스통 바슐라르 | 곽광수 | 동문선 | 2003 | 성곡도서관 링크

젊은 시절 가장 탐닉했던 책으로, 건축의 물리적인 속성을 몽상으로 해석해내는 문학적 상상력의 원동력을 제공한 책입니다. 서랍과 상자와 장롱, 새집, 조개껍질, 구석 등의 해석을 통해서, 집이라는 공간의 문학적 이미지의 시적 교감을 실현하는 원초적 상상력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킵니다. 함께 읽을 책으로 '공기와 꿈'을 추천합니다.
 

 

 

제목 Episode 07. 장윤규 교수님 (건축대학 건축학부) 작성자 조영문
작성일 11.03.03 조회수 28670
첨부파일 구분 학부공지

 





나에게 서재는 창고다
저에게 서재는 창고입니다. 실제로 이 서재를 살펴봐도 봐도 느낄 수 있듯이 보통의 서재 느낌이 아니라 물건들을 쌓아놓은 창고처럼 느껴질 텐데요. 하지만 제가 말하는 '창고'는 단순히 많은 책을 쌓아 놓은 곳, 혹은 물건을 갖다놓는 공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자세히 보면 제 서재에는 아이디어적인 모델도 존재하고, 버리지 못하고 박제해 놓은 책들도 꽂혀 있을 것이고, 미술적인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 스스로 작업 중인 가구도 있습니다. 즉 지금까지 제가 만났던 다양한 파편들을 모아놓은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가 머릿속을 지식의 창고라는 개념으로 이야기 하듯이, 서재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단면들을 모아다 놓으면 나중에 어떻게 쓰일지 모른다는 거죠. 저는 창조의 순간, 즉 아이디어를 개발 할 때 머릿속에 있는 창고의 물건을 끄집어내어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방법을 취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서재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책을 끄집어내는 창조를 위한 창고적인 틀로 쓰이고 있습니다. 머릿속 사이버 스페이스가 리얼 스페이스로 변환된 것이 서재인 거죠.

시(詩)에 심취한 공학도
젊었을 때 굉장히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시집을 가장 많이 읽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이상을 가장 좋아했고 대학교에 가서는 한국에 존재하는 시집이란 시집은 다 읽었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의 스펙트럼을 넓게 습득했죠. 그렇게 시를 읽으면서 저절로 인생의 전환을 겪었습니다. 원래 저는 지극히 공학적인 마인드로 삶을 살았는데, 보들레르 등 여러 시인들의 시집을 읽으면서 문학적인 부분을 접하게 되었고 공학적이기만 한 삶을 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결국 공학적 인생에 인문학적인 상상력을 더하게 되어서 지금도 시에 관한 이야기 들이 제가 디자인하는 부분으로 이어질 수 있었어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도 저는 시에 심취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수 백 권의 시집들이 제 머릿속에 머물고 건축적인 형태나 공간으로 들어오게 될 정도로 엄청난 힘이 있으니까요.



책에서 얻는 창조의 즐거움
젊었을 때와 달리 저는 요즘 책을 읽지 않습니다. 지금은 창조적인 작업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남의 생각을 읽는 것보다는 내 생각이 어디에 있느냐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오히려 또 다른 즐거움을 알아냈죠. 바로 창조의 즐거움입니다. 예전부터 독서의 기본적인 설정을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 두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창조의 부분으로 이끌어내느냐'하는 고민에 두었어요. 단순한 지식의 습득에 그치지 않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심지어 책을 만들게 되었고, 책은 제게 글쓰기의 개념이 되었어요.

책을 쓰는 마음으로 책을 읽다
보통은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를 따라 읽어가잖아요. 하지만 저는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조각조각 나누어서 읽었어요. 예를 들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한 달 여 만에 읽었는데 그 스토리를 읽은 것이 아니라 문장 구조, 문구 하나하나가 가진 감각적인 이야기, 단면적인 부분의 새로운 확장에 집중하며 읽었기 때문이었죠. 즉각적으로 어떤 부분을 펼쳐도 이야기가 된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열 권 정도의 책을 동시에 읽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한 방식으로 인해 굉장히 다른 것들을 볼 수 있었고 따라서 동시에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작가적인 입장에서 책을 읽은 거죠. 책을 쓰는 마음으로 읽는 방식은 굉장히 재밌습니다. 넓은 상상력으로 다양한 것들을 끌어 낼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보니 괴테, 니체, 프로스트와 같은 작가들의 엄청난 분량의 책도 창조해 내는 입장으로, 글을 쓰는 입장으로 굉장히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복합체 COMPOUND BODY
건축가라고 하면 건축 디자인을 떠올리고 그 디자인은 곧 공간을 만들거나 형태를 만드는 거라 생각하죠. 하지만 저는 이론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히 어떤 형태나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내 나름의 이론을 정립하고자 했죠. 실제로 프랑스의 건축가 르 꼬르뷔제는 '새로운 건축을 향하여'와 같은 책을 써 내면서 자기가 '어떤 건축을 하겠다'하는 것을 마치 선언문처럼 밝혔습니다. 그처럼 저도 '나의 건축'에 대해 정확하게 서술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건축론, 공간론, 그리고 형태론 일수도, 혹은 철학적인 부분일수도 있어요. 그렇게 저는 2005년도에 '복합체'라는 글을 써내게 되었다. '복합체'는 일반적 공간, 형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까지 건축에서 이야기 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저의 이론으로 정리해서 썼습니다. 예를 들어, 신화적인 부분도 포함되어 있고 재료의 이야기도 담겨있죠. 스스로가 무척 재밌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책을 완성하면서 각각의 이론들을 건축의 생성문제로 가져와서 건축디자인으로 실제로 적용시킬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즉 모든 것들이 다 연결되어 있고 통합된 상태에 있다는 메시지를 복합체에서 알 수 있다는 겁니다.

아직 완성의 단계가 아니다
저는 최종적으로는 건축가가 아니었으면 합니다. 건축으로 시작을 하긴 했지만 폭넓은 변화의 스펙트럼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사실 동시에 많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순수 전시파트에서 드로잉을 하며 준비해보기도 하고, 조각물을 만드는 작업 중이기도 하고 또 시를 쓰기도 하죠. 그래서 건축은 단편적인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즉 내가 원하는 목표가 바뀌게 되면 방법들은 자유롭게 바뀔 수 있다는 거죠. 그것이 음악이 될지 미술이 될지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아직도 저는 모색하고 있어요. 아직 저는 완성의 단계가 아니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완성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젊었을 때 가진 꿈에 대한 열망을 차곡차곡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실현시키며 완성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기웃기웃 거리지 마라
제가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바로 "기웃기웃 거리지 마라"하는 것입니다. 어떤 하나의 부분에 대해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명확한 자기 주제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연구해서 제대로 쌓여졌을 때를 말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완성이 되는 거죠. 제가 설계를 가르칠 때도 '최소한 5년 정도 연구할 수 있는 테마를 찾아내어라'고 말했었습니다.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거죠. 이것은 건축 뿐 만 아니라 문학 등 모든 범위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찾아 가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하나하나에 기웃 거리는 게 아니라 멀리 바라보면서 그것을 어떻게 성취하여 자신의 생각을 이끌어 낼 것인가를 고민해야합니다. 그러면 저절로 정상에 올라 있을 거예요. 어느새 방법도 발견해 있을 것이고, 아주 근원적인 것도 찾아 낼 것이며, 목표도 자연스레 성취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천개의 고원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 새물결 | 2001 | 성곡도서관 링크

현대 건축가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지고 탐닉하는 철학자인 들뢰즈의 정신을 가장 집대성한 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생물학과 지질학부터 시작해 인류학과 고고학의 최신 연구 성과까지 인간의 지식과 경험을 새롭게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지식의 천개의 단면을 제시합니다.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리좀', '다양체이론', '기호학', '기관없는 몸체', '전쟁기계', '주름' 등의 다양한 단면들의 소통을 탐닉할 수 있습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은 천개의 고원의 전편이라 할 수 있는 '안티-오이디푸스' 그리고 베이컨의 그림을 통한 '감각의 논리'도 흥미로운 책입니다.
 
알렙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황병하 | 민음사 | 1996 | 성곡도서관 링크

경험과 상상의 세계를 뒤섞어 놓은 '환상적 사실주의'를 통해서 현대 사회의 현상을 미리 예견한 독특한 글쓰기의 구조를 재현합니다. 상상속의 도시와 인물들이 마치 역사 속에 존재하는 것과 같은 환상을 만들며 함께 공존하며 책에 대한 책 쓰기, 시간속의 다른 시간이 겹쳐지는 거대한 미로의 구조를 만듭니다. 후기구조주의, 현상학, 테리다의 해체주의 등과 연결 됩니다.
 
신화론
롤랑바르트 | 정현 | 현대미학사 | 1995

롤랑바르트는 신화, 기호, 텍스트를 넘나들며 새로운 사유체계의 형성을 보여줍니다. 문화와 문학적 텍스트의 담론뿐만 아니라 현대 대중의 일상생활과 문화에 대한 고찰을 통하여 현대의 신화를 이야기해내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영화, 만화, 사진, 패션 등 현대 부르주아 사회를 둘러싼 신화를 통해 사유의 방법론과 새로운 글쓰기를 재현합니다. 함께 읽어야 할 책은 '텍스트의 즐거움'입니다.
 
공간의 시학
가스통 바슐라르 | 곽광수 | 동문선 | 2003 | 성곡도서관 링크

젊은 시절 가장 탐닉했던 책으로, 건축의 물리적인 속성을 몽상으로 해석해내는 문학적 상상력의 원동력을 제공한 책입니다. 서랍과 상자와 장롱, 새집, 조개껍질, 구석 등의 해석을 통해서, 집이라는 공간의 문학적 이미지의 시적 교감을 실현하는 원초적 상상력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킵니다. 함께 읽을 책으로 '공기와 꿈'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