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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일 동일토건 회장(경제 60) "아파트 개념을 바꾼다"

  • 06.08.16 / 박정석

공인회계사가 아닌 또 다른 그의 모습을 상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26년간 그는 '신의 성실'을 최고 덕목으로 아는 부지런한 회계사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1995년 5월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57세 나이에 전격적으로 공인회계사 휴업신고를 하고 건설업에 발을 담근 것이다.

이 늦깎이 최고경영자(CEO)는 고재일 동일토건 회장(68)이다.

크지 않은 키에 시골 선생님 같이 수수하고 수줍은 외모. 고 회장은 거칠기로 소문난 건설업과는 뭔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잠시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작은 체구 속에 숨겨진 거인 같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특히 '좋은 집 짓기'에 대한 그의 애착과 사명은 남다르다.

그의 말처럼 건설업이 어디 완력으로 되는 일이겠는가.

"건설업계 관행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제가 세운 원칙대로만 밀고 나갔습니다. 현장이 거칠고 험하기는 했지만 상대방을 대화로 설득하고 성심껏 대하면 통했습니다."

◆공인회계사 26년…57세에 창업

= 공인회계사 시절 주로 건설회사 회계감사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대차대조표가 항상 머리 속에 들어 있다는 점도 사업에서 플러스 요인이었다.

보편타당한 원칙에 바탕을 둔 그의 경영 스타일은 건설업계에서도 통했다. 동일토건은 기존 아파트에 없었던 신개념을 선보이는 전략으로 빠른 성장세를 탔다.

지상에 차가 없는 아파트를 만든 것이나, 아파트에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게스트하우스, 미디어센터를 도입한 것 등은 최초 시도였다. 타사들이 '동일하이빌이 다음에는 무엇을 화두로 들고 나올까'에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로 매번 새로운 것을 추구했다.

그런 결과 동일토건은 설립 11년 만에 한 해 4000여 가구 아파트를 짓는 2006년 시공능력 평가액 순위 90위 회사로 뛰어올랐다. 매일경제신문사가 주최하는 '살기 좋은 아파트상'을 네 차례나 받았고 특히 올해는 대형업체를 물리치고 대통령상(종합대상)을 거머쥐며 최고의 품질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아파트를 지을 때 그가 꼽는 우선 순위는 첫째가 안전, 둘째가 기능, 셋째가 아름다움이다. 흔히들 먼저 생각하는 원가는 네 번째로 밀려나 있다.

◆ '살기좋은 아파트' 대통령상

= 그에겐 특별한 취미도, 관심거리도 없다. 오로지 일 생각 뿐이다. 새벽 5시에 기상해서 밤늦게 퇴근할 때까지 일에 매달린다.

아침에 러닝머신에서 뛰는 1시간이 그가 누리는 유일한 호사라면 호사다. 어쩌다가 운동을 못했을 때는 밤늦은 시간이라도 러닝머신에 올라 '몸에 진 빚'을 갚는단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고 회장 근심을 들어주는 상대 역시 러닝머신이다. 때문에 다른 것은 몰라도 러닝머신은 꼭 품질이 좋은 것을 장만한다.

"골프 치고 친구 만나 수다떠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나 나를 믿고 우리 아파트를 계약한 소비자를 생각하면 시간이 아깝고 다른 것은 다 포기하게 됩니다."

남들 다 쉬는 일요일에 그는 더 바쁘다. 차가 안 막혀 건설현장에 가보기에 더없이 좋기 때문이다.

1999년 용인 구성에 동일하이빌 아파트를 지을 때는 시멘트도 짊어져 나르고, 벽돌도 직접 쌓아 '현장 반장'이라고 불렸다. 칠순이 가깝지만 그의 열정은 20대 못지 않다. 직원들은 지칠 줄 모르는 고 회장을 '에너자이저'라며 혀를 내두른다.

◆ 한국 온돌문화 해외 수출

= 멀리 카자흐스탄에 온돌문화를 수출한 것도 그가 일궈낸 성과 중 하나다.

지난해 9월 카자흐스탄 대통령궁 앞에 '하이빌 타운' 380가구 1차 분양을 마쳤으며 2009년까지 단계적으로 3000가구를 분양한다. '하이빌 타운'은 내년 10월이면 입주가 가능하다.

온돌마루, 분양방식 모두 한국 그대로 적용하고 자재도 한국 것을 사용하니 한국 아파트문화를 통째 수출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국외진출 계획을 세운 것은 한국 주택문화가 세계적인 가치를 가진다고 판단해서다.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을 접촉하다 2005년 카자흐스탄으로 방향을 틀었다. 우리 온돌문화는 아무래도 추운 지방에서 그 진가를 발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공인회계사에서 건설업으로 갈아탈 때 주위에서 말렸던 것처럼 이번에도 지인들은 근심어린 시선으로 그를 쳐다봤다. 고 회장은 수십 번 카자흐스탄을 방문하고 현지 정부인사들을 용인 구성 등 동일하이빌 현장으로 안내해 직접 아파트 품질을 체험시킴으로써 사업을 따냈다.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후 "앞으로 아파트는 모두 동일하이빌처럼 지으라"고 지시했을 정도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 실패 경험이 든든한 자산

=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스타일이지만 고 회장에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초창기 신림동 고급 연립주택 사업은 그에게 시련을 안겨줬다. 신림동과 고급주택은 코드가 맞지 않았고 분양시기를 겨울로 잡은 것도 실수였다. 어쩌면 '초짜'가 밟는 당연한 전철인지도 몰랐다.

이때 그는 새벽 2시면 잠에서 깨어나 뒤척였고, 급기야 원형 탈모증이 찾아왔다.

"여기서 무너지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버텼습니다. 그때 소비자 마음을 읽는 데 소홀하면 망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비싼 수업료를 치렀지만 고 회장은 실패 경험이 든든한 자산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건설업이 부침이 많은 사업이란 것을 알기에 그는 절대 자만하지 않는다. 자신이 선택한 '제2의 인생'을 묵묵히 걸을 뿐이다.

"내게 남은 시간이 10년이라고 친다면 몽땅 주택문화를 개선하는 데 쏟고 싶습니다. 변화를 추구해 시장 전체를 한 단계 올려놓을 수 있다면, 그렇게 역사에 한 줄 남을 수 있다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이겠어요."

■ 고재일 동일토건 회장 =

△1939년 4월 출생 △1965년 2월 국민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69년 10월 공인회계사 개업 △1986년 7월 삼경합동회계사사무소 대표회계사 △1990년 6월 동일주택 대표, 동일토건 대주주 겸 대표 △1995년 5월 삼경합동회계사사무소 탈퇴 △2005년 1월 동일토건 회장

[심윤희 기자]


[매일경제 2006-08-12 09:32]

제목 고재일 동일토건 회장(경제 60) "아파트 개념을 바꾼다" 작성자 박정석
작성일 06.08.16 조회수 19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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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회계사가 아닌 또 다른 그의 모습을 상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26년간 그는 '신의 성실'을 최고 덕목으로 아는 부지런한 회계사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1995년 5월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57세 나이에 전격적으로 공인회계사 휴업신고를 하고 건설업에 발을 담근 것이다.

이 늦깎이 최고경영자(CEO)는 고재일 동일토건 회장(68)이다.

크지 않은 키에 시골 선생님 같이 수수하고 수줍은 외모. 고 회장은 거칠기로 소문난 건설업과는 뭔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잠시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작은 체구 속에 숨겨진 거인 같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특히 '좋은 집 짓기'에 대한 그의 애착과 사명은 남다르다.

그의 말처럼 건설업이 어디 완력으로 되는 일이겠는가.

"건설업계 관행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제가 세운 원칙대로만 밀고 나갔습니다. 현장이 거칠고 험하기는 했지만 상대방을 대화로 설득하고 성심껏 대하면 통했습니다."

◆공인회계사 26년…57세에 창업

= 공인회계사 시절 주로 건설회사 회계감사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대차대조표가 항상 머리 속에 들어 있다는 점도 사업에서 플러스 요인이었다.

보편타당한 원칙에 바탕을 둔 그의 경영 스타일은 건설업계에서도 통했다. 동일토건은 기존 아파트에 없었던 신개념을 선보이는 전략으로 빠른 성장세를 탔다.

지상에 차가 없는 아파트를 만든 것이나, 아파트에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게스트하우스, 미디어센터를 도입한 것 등은 최초 시도였다. 타사들이 '동일하이빌이 다음에는 무엇을 화두로 들고 나올까'에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로 매번 새로운 것을 추구했다.

그런 결과 동일토건은 설립 11년 만에 한 해 4000여 가구 아파트를 짓는 2006년 시공능력 평가액 순위 90위 회사로 뛰어올랐다. 매일경제신문사가 주최하는 '살기 좋은 아파트상'을 네 차례나 받았고 특히 올해는 대형업체를 물리치고 대통령상(종합대상)을 거머쥐며 최고의 품질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아파트를 지을 때 그가 꼽는 우선 순위는 첫째가 안전, 둘째가 기능, 셋째가 아름다움이다. 흔히들 먼저 생각하는 원가는 네 번째로 밀려나 있다.

◆ '살기좋은 아파트' 대통령상

= 그에겐 특별한 취미도, 관심거리도 없다. 오로지 일 생각 뿐이다. 새벽 5시에 기상해서 밤늦게 퇴근할 때까지 일에 매달린다.

아침에 러닝머신에서 뛰는 1시간이 그가 누리는 유일한 호사라면 호사다. 어쩌다가 운동을 못했을 때는 밤늦은 시간이라도 러닝머신에 올라 '몸에 진 빚'을 갚는단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고 회장 근심을 들어주는 상대 역시 러닝머신이다. 때문에 다른 것은 몰라도 러닝머신은 꼭 품질이 좋은 것을 장만한다.

"골프 치고 친구 만나 수다떠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나 나를 믿고 우리 아파트를 계약한 소비자를 생각하면 시간이 아깝고 다른 것은 다 포기하게 됩니다."

남들 다 쉬는 일요일에 그는 더 바쁘다. 차가 안 막혀 건설현장에 가보기에 더없이 좋기 때문이다.

1999년 용인 구성에 동일하이빌 아파트를 지을 때는 시멘트도 짊어져 나르고, 벽돌도 직접 쌓아 '현장 반장'이라고 불렸다. 칠순이 가깝지만 그의 열정은 20대 못지 않다. 직원들은 지칠 줄 모르는 고 회장을 '에너자이저'라며 혀를 내두른다.

◆ 한국 온돌문화 해외 수출

= 멀리 카자흐스탄에 온돌문화를 수출한 것도 그가 일궈낸 성과 중 하나다.

지난해 9월 카자흐스탄 대통령궁 앞에 '하이빌 타운' 380가구 1차 분양을 마쳤으며 2009년까지 단계적으로 3000가구를 분양한다. '하이빌 타운'은 내년 10월이면 입주가 가능하다.

온돌마루, 분양방식 모두 한국 그대로 적용하고 자재도 한국 것을 사용하니 한국 아파트문화를 통째 수출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국외진출 계획을 세운 것은 한국 주택문화가 세계적인 가치를 가진다고 판단해서다.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을 접촉하다 2005년 카자흐스탄으로 방향을 틀었다. 우리 온돌문화는 아무래도 추운 지방에서 그 진가를 발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공인회계사에서 건설업으로 갈아탈 때 주위에서 말렸던 것처럼 이번에도 지인들은 근심어린 시선으로 그를 쳐다봤다. 고 회장은 수십 번 카자흐스탄을 방문하고 현지 정부인사들을 용인 구성 등 동일하이빌 현장으로 안내해 직접 아파트 품질을 체험시킴으로써 사업을 따냈다.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후 "앞으로 아파트는 모두 동일하이빌처럼 지으라"고 지시했을 정도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 실패 경험이 든든한 자산

=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스타일이지만 고 회장에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초창기 신림동 고급 연립주택 사업은 그에게 시련을 안겨줬다. 신림동과 고급주택은 코드가 맞지 않았고 분양시기를 겨울로 잡은 것도 실수였다. 어쩌면 '초짜'가 밟는 당연한 전철인지도 몰랐다.

이때 그는 새벽 2시면 잠에서 깨어나 뒤척였고, 급기야 원형 탈모증이 찾아왔다.

"여기서 무너지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버텼습니다. 그때 소비자 마음을 읽는 데 소홀하면 망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비싼 수업료를 치렀지만 고 회장은 실패 경험이 든든한 자산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건설업이 부침이 많은 사업이란 것을 알기에 그는 절대 자만하지 않는다. 자신이 선택한 '제2의 인생'을 묵묵히 걸을 뿐이다.

"내게 남은 시간이 10년이라고 친다면 몽땅 주택문화를 개선하는 데 쏟고 싶습니다. 변화를 추구해 시장 전체를 한 단계 올려놓을 수 있다면, 그렇게 역사에 한 줄 남을 수 있다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이겠어요."

■ 고재일 동일토건 회장 =

△1939년 4월 출생 △1965년 2월 국민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69년 10월 공인회계사 개업 △1986년 7월 삼경합동회계사사무소 대표회계사 △1990년 6월 동일주택 대표, 동일토건 대주주 겸 대표 △1995년 5월 삼경합동회계사사무소 탈퇴 △2005년 1월 동일토건 회장

[심윤희 기자]


[매일경제 2006-08-12 0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