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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경상대학

언론속의 국민

[시론] '탈북자 엘리트' 활용법 / 안드레이 란코프(교양과정부) 교수

  • 08.05.22 / 조영문

김정일 체제 붕괴되더라도 黨간부 북한 지배 계속될 것

새로운 北지도층 준비 위해 탈북 인재 지원하고 길러야

지난 5월8일 메드베데프 당선자가 러시아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가 공식적으론 민주선거로 당선되었다지만 푸틴을 비롯한 옛 소련 간부 출신의 적극적 지지가 있었기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공산주의가 붕괴한 지 17년이 지났지만 옛 공산당 간부 출신들은 여전히 러시아 정치와 경제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공산주의가 붕괴하자 공산당 간부들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국가 소유에 대한 통제력을 교묘하게 이용해 정치 권력을 유지했을 뿐 아니라 국가 소유를 자신의 개인소유화함으로써 막대한 재산을 얻었다. 구 소련과 동유럽 국가 대부분에서 이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자연스럽게 북한의 장래를 떠올리게 한다. 북한에서 컴퓨터를 할 줄 알고 영어에 능통하고 행정 경험을 쌓아 현대세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권에 몸담은 간부들뿐이다. 그래서 북한 체제가 붕괴한다 해도 인권탄압 때문에 특히 악명이 높았던 소수의 간부는 벌을 받을지 모르지만 다른 간부 대부분은 현재와 비슷한 지위를 유지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불가피하다고 해도 이 같은 사태를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노동당 간부 출신들은 부정부패에 너무 익숙해 있어서 탈(脫)김정일 시대에도 부정부패 행위를 변함없이 할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간부들은 북한 인민들보다 현대 사회와 세계에 대한 의식과 이해가 많긴 하지만 그 의식 면에 너무나 왜곡된 게 많다는 것이다.

북한의 체제 붕괴가 통일을 가져오면 물론 남한 출신도 이북으로 많이 갈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약점이 없지 않다. 첫째, 그들은 북한의 현실과 문화를 잘 모른다. 둘째, 북한 주민들 보기에 그들은 "부자 이방인"일 뿐이어서 북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그래서 북한 간부들의 계속되는 지배를 필요악으로 볼 경우에도 이제는 북한 재건을 지도할 수 있는 새로운 엘리트의 준비에 대해서 생각할 때가 왔다. 탈김정일시대에 북한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새롭게 건설하려면 김정일 정권에 협력한 적이 없으면서 북한도 잘 알고 현대 세계도 잘 아는 사람들이 간절히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을 교육하기 위한 인재는 탈북자뿐이다. 남한의 현 제도하에서 탈북자들은 대학에 진학할 경우 지원금을 받는다. 그러나 대학 진학률이 80%를 초과한 한국사회에서는 학사학위를 취득하더라도 취업이나 사회 진출에서 특별한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사회적으로 진출하려면 석사나 박사학위, 아니면 외국어 능력과 대기업에서 쌓은 경험 등이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도와줄 가족이 없으니까 석사과정에 입학한다 해도 공부에 계속 전념하기 어렵다. 그래서 탈북자들을 위한 대학원 장학제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탈북자들의 낮은 영어 수준도 장애물이 된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탈북 대학생들을 위한 해외 영어연수 기회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호주와 같은 나라는 비싸니까 필리핀 같은 나라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탈북자를 위한 영어캠프를 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또, 탈북자들은 차별과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의 부족 때문에 대기업에 들어가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보여준 바와 같이, 한국 사회에서의 출세의 길은 대기업 사무실을 통해 열린다. 그래서 젊은 탈북자들이 대기업에서 경험을 쌓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 줄 수 있는 인턴 프로그램은 석·박사 과정 장학금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그리 큰돈이 들지 않는다. 탈북자 사회의 규모와 구성을 고려하면 이러한 장학금이 필요한 사람들은 현 단계에서 수백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크지 않은 투자는 나중에 커다란 수익을 가져올 것이다. 이렇게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남북한의 미래를 열어갈 세력이 될 수 있다.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할 시간이 왔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3&aid=0001963250

제목 [시론] '탈북자 엘리트' 활용법 / 안드레이 란코프(교양과정부) 교수 작성자 조영문
작성일 08.05.22 조회수 6559
첨부파일 구분 학부공지

김정일 체제 붕괴되더라도 黨간부 북한 지배 계속될 것

새로운 北지도층 준비 위해 탈북 인재 지원하고 길러야

지난 5월8일 메드베데프 당선자가 러시아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가 공식적으론 민주선거로 당선되었다지만 푸틴을 비롯한 옛 소련 간부 출신의 적극적 지지가 있었기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공산주의가 붕괴한 지 17년이 지났지만 옛 공산당 간부 출신들은 여전히 러시아 정치와 경제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공산주의가 붕괴하자 공산당 간부들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국가 소유에 대한 통제력을 교묘하게 이용해 정치 권력을 유지했을 뿐 아니라 국가 소유를 자신의 개인소유화함으로써 막대한 재산을 얻었다. 구 소련과 동유럽 국가 대부분에서 이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자연스럽게 북한의 장래를 떠올리게 한다. 북한에서 컴퓨터를 할 줄 알고 영어에 능통하고 행정 경험을 쌓아 현대세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권에 몸담은 간부들뿐이다. 그래서 북한 체제가 붕괴한다 해도 인권탄압 때문에 특히 악명이 높았던 소수의 간부는 벌을 받을지 모르지만 다른 간부 대부분은 현재와 비슷한 지위를 유지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불가피하다고 해도 이 같은 사태를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노동당 간부 출신들은 부정부패에 너무 익숙해 있어서 탈(脫)김정일 시대에도 부정부패 행위를 변함없이 할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간부들은 북한 인민들보다 현대 사회와 세계에 대한 의식과 이해가 많긴 하지만 그 의식 면에 너무나 왜곡된 게 많다는 것이다.

북한의 체제 붕괴가 통일을 가져오면 물론 남한 출신도 이북으로 많이 갈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약점이 없지 않다. 첫째, 그들은 북한의 현실과 문화를 잘 모른다. 둘째, 북한 주민들 보기에 그들은 "부자 이방인"일 뿐이어서 북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그래서 북한 간부들의 계속되는 지배를 필요악으로 볼 경우에도 이제는 북한 재건을 지도할 수 있는 새로운 엘리트의 준비에 대해서 생각할 때가 왔다. 탈김정일시대에 북한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새롭게 건설하려면 김정일 정권에 협력한 적이 없으면서 북한도 잘 알고 현대 세계도 잘 아는 사람들이 간절히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을 교육하기 위한 인재는 탈북자뿐이다. 남한의 현 제도하에서 탈북자들은 대학에 진학할 경우 지원금을 받는다. 그러나 대학 진학률이 80%를 초과한 한국사회에서는 학사학위를 취득하더라도 취업이나 사회 진출에서 특별한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사회적으로 진출하려면 석사나 박사학위, 아니면 외국어 능력과 대기업에서 쌓은 경험 등이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도와줄 가족이 없으니까 석사과정에 입학한다 해도 공부에 계속 전념하기 어렵다. 그래서 탈북자들을 위한 대학원 장학제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탈북자들의 낮은 영어 수준도 장애물이 된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탈북 대학생들을 위한 해외 영어연수 기회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호주와 같은 나라는 비싸니까 필리핀 같은 나라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탈북자를 위한 영어캠프를 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또, 탈북자들은 차별과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의 부족 때문에 대기업에 들어가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보여준 바와 같이, 한국 사회에서의 출세의 길은 대기업 사무실을 통해 열린다. 그래서 젊은 탈북자들이 대기업에서 경험을 쌓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 줄 수 있는 인턴 프로그램은 석·박사 과정 장학금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그리 큰돈이 들지 않는다. 탈북자 사회의 규모와 구성을 고려하면 이러한 장학금이 필요한 사람들은 현 단계에서 수백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크지 않은 투자는 나중에 커다란 수익을 가져올 것이다. 이렇게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남북한의 미래를 열어갈 세력이 될 수 있다.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할 시간이 왔다.

원문보기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23&aid=0001963250